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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는 지역주민 의견 고려하지 않은 게 문제”
“해군기지는 지역주민 의견 고려하지 않은 게 문제”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7.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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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인 벤자멩 모네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인 벤자멩 모네가 자신의 평화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푸른 눈’의 대명사인 서양인. 그들의 발걸음이 제주에 잦다. 그들 가운데 프랑스인 벤자멩 모네(31)도 한 명이다. 그는 왜 제주에 왔을까. 그를 해군기지 문제로 숱한 아픔을 안고 가고 있는 강정마을 현장에서 만났다.

그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제주평화포럼이다. 정현경 유니언신학대 교수를 통해 제주평화포럼을 알게 됐고, 그와 동행에 제주를 찾았다. 그런데 50대인 정현경 교수와는 친구란다.

“터키에서 정현경 교수를 우연히 만나게 됐죠. 연락을 주고 받다가 제주로 온 겁니다.”

벤자멩은 프랑스 출신이지만 네팔에서 다양한 이력을 쌓고 있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가이드이면서 평화를 노래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명상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력의 그는 강정마을을 보는 순간 매료됐다고 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영혼이 오게 만들었단다.

“여신기행은 제주평화포럼 프로그램의 하나였죠. 그 때 이 곳(강정)에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구럼비 돌 위의 자연소리와 바닷소리, 생명평화운동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제 자신이 머무는 게 유용한 일이 될 것 같았죠.”

그는 잠시 서울에 들렀다가 지난 6월 21일부터 강정마을을 지키는 한 사람이 됐다. 프랑스에서 네팔을 거쳐 제주, 그것도 강정이라는 작은 마을에 들른 걸 보니 그는 방랑기질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얼마나 제주에 머물 것인지를 물었다.

“3개월 관광비자를 받고 들어왔다가 이 곳에 있는거죠. 언제까지 이 곳에 머문다는 계획은 없어요.”

어쨌든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동안 그는 강정마을의 한 사람이 될 게 분명하다.

그는 강정마을에 있으면서 해군기지 문제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생각도 피력했다.

“문제는 지역의 얘기를 정부에서 듣지 않는 데 있죠. ‘파괴적 군사주의’는 공동체를 무너뜨립니다. 자연까지 파괴하면서 말이죠. 특히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결정이 문제라고 봐요.”

지역의 문제는 수세대를 걸쳐 살아온 지역사람들이 잘 안다는 게 벤자멩의 생각이다.

아울러 무기를 가지고 평화를 만들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을 펼쳤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평화는 뭘까.

“평화는 4가지의 하모니를 이루는 것입니다. 4가지란 광물, 식물, 동물, 인간이죠. 그것이 곧 평화죠.”

그가 말한 4가지 가운데 인간을 제외하면 모두 자연이다. 기자가 “4가지의 하모니라면 평화는 자연 그대로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역시 되돌아온 답은 자연이었다.

“인간 스스로가 자연 아닌가요. 자연을 말하는 건 인간 스스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과 다르다고 할 수 없죠. 살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곧 자연이죠.”

그는 언젠가는 제주를 떠나게 된다. 그린피스와도 대화를 하고 있다는 그는 “환경파괴 부분에 대해 그린피스도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로 돌아가서는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등 멀리서도 지원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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