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가정이 아닌 현실이 됐다.

만일을 뛰어 넘어 그렇게 되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제대로 된 감사행위가 이뤄질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제주도 소속이 아닌 독립된 기구인데, 인수위원장이 감사위원장이 되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일 제3대 제주도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언론인 출신인 전 제주관광대 교수를 내정했다.

이문교 전 위원장은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우근민 지사에겐 든든한 버팀목이다. 더욱이 인수위원장 시절부터 산하단체 인사에 입김을 넣을 정도로 매우 강했던 그였다.

그런 그가 이젠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됨으로써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더욱이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칼 같은’ 잣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주도의 감사위원회는 조선시대 사간원이나 다름없다. 사간원은 조선조 임금이 한 일에 대해 충고하며, 각종 사안을 건의하며 조선시대 문화를 이끌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이같은 잣대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사간원이 임금에게 충고했듯이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서포터’의 역할이 아닌 잘못을 따끔하게 충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물을 감사위원회 수장으로 맡긴 것에 대해 염려의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혹시나 ‘정실’ 때문에 ‘진실’을 보지 않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처럼 분명 우려는 있다. 그런 우려가 있기에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문교씨는 이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원일 제주도 총무과장은 내정자 선정 과정에 고심이 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문 총무과장은 20일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며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내정자는 언론계 및 학계에서 폭넓은 식견과 다양한 경륜을 쌓았을 뿐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와 통합적 사고를 겸비했기에 중용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건 도의회의 임명동의 절차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이문교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등의 검증절차를 거쳐 임명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