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장전초등학교. 75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검도와의 인연을 맺으면서다.

장전초등학교는 자율학교의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올해 3월부터 검도를 받아들였다. 게임과 오락에 빠져든 아이들에게 정신을 맑게 해주고 집중력도 높여보다는 학교의 취지였다.

김태수 교장은 “요즘 어린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매몰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검도를 도입하면서 운동효과는 물론 집중력도 좋아지는 등 학생들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검도 종목이 이 학교의 중심이 돼 버렸다. 다목적실은 학생들이 검도를 즐길 수 있도록 바닥재도 충격을 완화하는 재료를 사용한 건 물론, 학생들에게 검도복·죽검·호구·검도가방 등 일체를 제공하며 누구나 검도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과과정과 교과외 과정에도 검도의 인기는 최고다. 정규수업인 창의적 체험활동에 검도과정이 들어있고, 토요일 이뤄지는 방과후 활동과 아침 수업전에 실시되는 전통무예시간에도 검도가 자리를 틀고 있다.

검도 종목에 맛을 들인 지 3개월. 학생들은 새로운 도전을 벌였다. 다름 아닌 제 26회 회장배 전도검도대회에 도전장을 내민 것. 이 대회는 엘리트 선수들이 경연을 벌이는 그야말로 '고수'들이 참가한다. 장전초등학교는 5~6학년을 중심으로 모두 12명이 나섰다. 여기엔 여자 어린이 4명도 포함됐다.

교직원들과 학부모들은 경기내내 ‘1승이라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계속 던지며 경기를 지켜봤다. 장전초등학교 어린이들 대부분은 허리공격을 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허점을 내주며 머리공격을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단체전에서 김재영 어린이가 값진 1승을 팀에 안겼다.

이날 장전초등학교의 성적은 초라하지만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이는 같은 학교 출신인 박병훈씨다.

박병훈 감독은 “수업시간에 떠들기만 하던 아이들이 달라졌다. 검도를 시작하면서 학업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좋다”며 “장전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검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제주시 서부지역이 검도의 붐을 일으키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전초등학교 학생들의 수업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검도. 교사들만 검도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검도를 배우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더 긍정적이다.

안소희 어린이(6년)는 “검도를 하면서 기(氣)가 세워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중도 잘 되고 경기장에서 남자 애들과도 경쟁을 할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 검도를 계속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작은 학교에 분 변화의 바람. 검도가 장전초등학교에 준 선물은 좀 더 커다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