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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제주에서 느낀 아름다움이 내 정신을 지배”
“어릴 적 제주에서 느낀 아름다움이 내 정신을 지배”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6.18 10:45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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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피난민으로 제주에서 산 배평모씨 성장소설 「파랑새」펴내

소설가 배평모씨가 산지천 피난선에서 소설 「파랑새」를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1945년 해방이 되던 그 해. 우린 그 때 태어난 이들을 ‘해방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해방둥이’는 시대적 아픔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며,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을 함께 지켜본 세대들이기도 하다.

‘해방둥이’들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한국전쟁이라는 큰 상처를 입는다. 어릴 때 받은 그 상처는 치유하기 힘든 ‘트라우마’로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때의 아픔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소설가 배평모씨(66)는 암울하고 처절하게 가난했던 당시를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아름다움은 제주에 대한 강한 기억 때문이다. 그는 그 아름다움을 최근 소설 「파랑새」(도서출판 바보새)를 통해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피난민이었다. 1952년 제주에 피난을 와 동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제주에서의 삶은 10년 남짓이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은 제주에서 태어난 이들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그를 제주시 산지천에 있는 피난선 2층에서 만났다. 피난선에서의 만남은 배평목씨의 요청이기도 했다. 피난 왔을 때의 기억을 되짚으면서 기자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1.4후퇴 때죠.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진다는 불안감이 가득했어요. 그런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이북 피난민들 틈에 섞여 제주에 오게 됐죠.”

그는 ‘소래기동산’이라고 부르던 피난민 수용소에서 생활해야 했다. 현재 일도2동으로 동문시장 남쪽이 그들이 기거하던 곳이었다.

제주에서의 생활은 빈곤 그 자체였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그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끼니를 스스로 해결하곤 했다. 들판을 뛰놀고, 바닷가를 거닐며 놀이를 즐겼다. 배고픔은 분명 있었지만 당시 친구들과 어울리며 뛰놀던 제주의 산야는 그에게 많은 것을 던져줬다.

그런 유년시절을 보내고 다시 육지로 올라간 그는 소설가로서 글을 쓰고 있었다. 제주에는 가끔 들르며 옛 생활을 회상하곤 했다. 그에게 「파랑새」를 써야겠다는 자극제를 던진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기영씨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읽으며 같은 시대에 제주를 살았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 스스로가 유년시절로 돌아가 정신적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과 아울러……”

「파랑새」의 얼개는 지난해 7월 짜기 시작했다. 그 시작점은 바로 기자와 만난 피난선에서 이어졌다. 피난선을 거쳐 자신이 입학하고 졸업했던 동초등학교를 들러 학생기록부를 뒤지며 유년시절의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피난선 위에서 '해방둥이'로서의 삶을 얘기하는 소설가 배평모씨.

“어릴 때 기억은 매우 선명해요. 관습법으로 따진다면 내겐 제주도가 고향은 아니지요. 그러나 마음 속에서, 정신 속의 고향은 바로 제주도죠. 지워지질 않아요.”

그는 마음 속에 있는, 정신 속에 담긴 자신의 고향 제주도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1950년대 가장 가난한 나라였죠. 그런 나라에서 피난민은 더 바닥생활을 해야 했어요. 피난민촌에서만 살았다면 내 기억이 아름다울리는 없겠죠. 그런데 자연과 벗을 삼으면서 원하는 걸 얻기도 하고,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게 된 것은 추억이 되고,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소설 「파랑새」엔 화자인 ‘정훈’이 등장한다. '소설가 아저씨'도 나온다. 기자가 둘 가운데 누가 배평모씨인지를 물었다.

“소설이 다큐처럼 논픽션일 수는 없죠. 소설은 창작이지만 나를 투영시킨 건 정훈이죠.”

「파랑새」는 희망을 말한다. 소설 「파랑새」에서 소설가 아저씨는 정훈이와 뛰노는 아이들을 향해 “너희들을 통해 이 시대의 희망을 볼 수 있다. 희망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파랑새처럼 너희들이 파랑새다”고 한다.

‘해방둥이’들은 거친 20세기를 살며 대한민국을 일으켰다. 그들은 소설 속의 아저씨가 말했듯 대한민국에 희망을 준 이들이다. 작가 배평모씨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더욱이 그는 8월 15일생으로 영락없는 ‘해방둥이’이다. ‘해방둥이’로서 ‘파랑새’로서 제주에 희망을 던지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올 때마다 제주도는 변해요. 개인적으로는 개발은 피할 수 없다고 봐요. 시대의 흐름이니까요. 1950년대 환경으로 살 수 없는 것이랑 마찬가지거든요. 하지만 개발엔 자연을 아끼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그런 ‘바탕’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제주사람들보다 제주를 더 사랑하는 입장에서 개발에 대한 중요한 논점을 그는 말하고 있다.

그는 피난선 2층에서 기자와 대화를 나눈 뒤 곧장 자신이 졸업한 동초등학교로 옮겨 소설 「파랑새」10권을 장거수 교장에게 전달하며, 모교에 대한 애정도 과시했다.

배평모씨가 동초등학교를 찾아 장거수 교장(오른쪽)에서 자신의 소설책 「파랑새」를 전달하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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