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특별히 부지런한 성미가 있던 건 아니었다.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속도를 맞추려다보니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렸다.

나는 성산읍사무소 민원실에 근무한다. 하루 중 가장 빨리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이른 아침 찾아오는 분들 덕택에 커피 한잔 여유롭게 마실 새도 없이 민원서류 발급 준비를 하느라 아침이 늘 분주하다.

그래도 그 분들이 싫지 않은 건, 표정에서 드러나는 미안함과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서야 민원실을 나서는 모습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와 기분이 좋아진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민원실은, 시작이 이른 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하루가 길다.

결혼으로 새 삶을 시작하는 신혼부부, 새로 태어난 아이로 인해 행복 가득한 부부를 보고 있자면 더불어 기쁘고 행복하다.

안타깝게도 삶이 늘 그러하듯 행복한 일들만 생기는 건 아니다.

제대로 해준 것이 없어 자식이 늘 고생이라는 할머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을 알아 버린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가슴이 저리고 아프다.

쉽게 속내를 털어놓기도 어려워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문을 열곤 한다. 애써 말문을 열었는데 나로서도 해결하기 어려울 때는 그저 죄송할 뿐이다.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더욱이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맘 편히 꺼내 놓을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공직자로서 일하는 보람을 가장 크게 느끼는 때다.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갖고 상대방을 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민원실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내 삶에 비추어 반성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삶의 이야기들은 나를 어른다운 어른으로 만들어줄 것이고, 나는 진정성을 갖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성산읍 민원실에서 내일은 또 어떤 삶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조용히 살아도 좋으련만 삶은 참 소란스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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