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만 농업이고 밭작물은 농업이 아니냐. 행정에서 농업분야 정책사업 보조지원에 너무 차이가 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감귤 지원 편애 현상’ 너무 심하다”

제주도내 농가나 생산자단체 직원 등을 만나면 밭작물에 대한 행정당국의 각종 지원이 감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고 대부분 말한다.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은 그 동안 감자, 마늘, 양파, 당근, 양배추 등 밭작물은 정책사업이나 수급조절 지원사업 등에 있어 감귤에 비해 지원이 적어 어려움이 있다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생산자단체가 비교분석한 자료를 보면 도내 산업구조에서 1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8%로 전국평균 3.6%에 비해 매우 높아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2009년 기준, 도내 1차산업 총조수입은 2조5793억원으로 이 가운데 농산물은 전체 1조2238억원으로 47.4%를 차지하고 있다. (축산물 6214억원으로 24.1%, 수산물은 7341억원으로 28.5%)

도내 농산물 조수입 현황(2009년기준)을 보면 밭작물 조수입은 5869억원으로 감귤류 조수입(6011억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재배면적을 보더라도 감자, 마늘, 당근, 양파, 양배추, 콩, 무 등 밭작물 재배면적은 3만534㏊로 감귤류(2만898㏊)보다 46%(9636㏊) 많다.

1차산업에 있어 조수입 구성을 보면 밭작물 5869억원, 감귤류 6011억원, 축산물 6214억원으로 서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밭작물(원예특작 분야) 보조지원(국비+지방비)은 모두 495억원이다.

이는 감귤류 1484억원의 33%, 축산분야 1819억원의 27%에 지나지 않아 감귤, 축산분야보다 지원액이 매우 낮은 편이다.

감귤과 밭작물은 과잉생산현상이 일어나 처리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여왔다.

감귤인 경우 풍작이 예상되면 1/2간벌, 감귤원 폐원, 휴식년제 등 행정기관이 앞장서 엄청난 행․재정적 지원에 나서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비해 밭작물이 풍작으로 처리난을 겪을 때 행․재정적인 지원은 감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자랐던 게 현실이다.

도내 주요 밭작물 주산지 14개 농협 조합장들이 23일 농협제주지역본부에서 ‘제주농협 밭농업 경쟁력강화협의회’(이하 ‘밭농업협의회’․회장 강정준 대정농협조합장)를 만들었다.

이미 결성해 운영 중인 마늘협의회, 양파협의회, 당근협의회, 양채류협의회, 콩협의회와 앞으로 결성될 무·배추협의회, 감자협의회 등 7개 품목별 협의회를 총괄하는 협의체가 등장한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품목별 협의회는 운영범위가 해당 품목에 한정됨에 따라 밭농업 전체를 대표하지 못해 밭농업 경쟁력강화 대책을 세워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어왔다.

예를 들어 당근 주산지인 구좌․성산지역에서,양배추 주산지인 한림․애월지역에서 유통처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내 전체 생산자단체 차원에서 대응은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제주의 전체 밭농업 발전을 위한 농업정책 발굴이나 농정활동 수행 등 품목별협의회를 대표한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감해온 사항이다.

이번에 창립된 밭농업협의회는 앞으로 품목별 상호간 균형발전, 품목별 대책에 대한 의견수렴과 농정창구 일원화, 지자체협력사업 발굴․추진 등 품목을 대표하는 밭농업협의체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밭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발전계획 수립, 과잉 농산물 수급안정과 유통처리 대책수립, 신규 소득작목 개발과 정책지원 건의, 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한 품목별 경쟁력강화 방안 마련 등 밭농업의 전반적인 경쟁력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농가․생산자 단체 힘 모아 스스로 경쟁력 높여야”

밭농업협의회의 창립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럽다 하겠다.

이를 통해 앞으로 도내 밭농업의 새로운 발전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농업은 최근 FTA 확대 등 농산물시장 완전개방으로 많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변화가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밭작물산업도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품목별 주산지농협 전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농산물 수급조절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제주의 밭작물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을 지니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장점을 특화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행정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농가․생산자단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밭농업협의회가 제 기능을 다하길 기대하며 주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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