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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고 사라지는 여성문화들, 알고 계세요?”
“방치되고 사라지는 여성문화들, 알고 계세요?”
  • 김정호 기자
  • 승인 2011.05.0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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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제주여성문화에 푹 빠진 문순덕 여성정책연구센터장

제주여성문화 관련 자료 편찬에 공동참여한 제주발전연구원의 문순덕 여성정책연구센터장.
으레 제주여성은 야무지고 생활력이 강하다고 한다. 이들이 수백년동안 바람과 파도에 맞서 만들어낸 문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센터장은 지난 10년간 뜻을 함께한 사람들과 제주여성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찾아 나서고 있는 인물이다.

제주여성하면 해녀(잠녀)문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수백년을 거치면서 도내 곳곳에는 각계각층의 여성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여성들의 담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물통과 성소의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본향당, 여성신화의 근거지 등이 바로 그곳이다.

"국어학(제주방언)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레 지역문화에 관심을 가졌죠. 외부에서 제주여성은 야무지다고 하는데, 과연 그에 수반되는 정신적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문 센터장은 5~6명의 집필진과 함께 ‘제주여성문화’ 편찬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제주여성문화라’는 용어는 사용돼 왔으나, 이를 학문적으로 이용해 단행본까지 만든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제주여성사를 정립하기 위해 사료집도 2편으로 나눠 연이어 출간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제주여성사1’이 탄생했다.

오는 7월에는 1910년부터 1945년도 광복 전까지의 제주여성문화를 담은 ‘제주여성사2’편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제주발전연구원의 문순덕 여성정책연구센터장.
제주여성들만의 문화유적을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편찬 작업에도 힘을 보탰다.

지난 2007년 여성문화 예비조사에 착수해 2008년 제주여성문화유적 2009년 제주여성문화 100선을 연이어 발간했다.

수많은 유형, 무형의 문화유산 중에서도 제주여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여성문화가 무엇인지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도내에는 수많은 여성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으나,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죠. 방치되고 사라지는 여성문화유적의 원형들이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에 현장과 글과 함께 사진으로 담았죠”

지난 2008년 여성문화 유적 현지를 탐방하고 2~3년 후 다시 현장을 찾으면 유적이 훼손되는 일도 허다했다. 그때마다 '아뿔사~'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일부 마을에서는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물통에 시멘트를 바르고 신당의 지전을 훼손하는 일이 많아요. 지금이라도 마을 단위에서 잊혀져 가는 여성문화를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돼야 합니다”

제주여성문화 정립사업에 대한 소문이 알려지면 다른 지역에서 관련 자료를 인용하거나 요청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제주여성 문화유적에 대한 일본판 제작을 줄곧 요청하면서, 제주발전연구원(원장 양영오)은 번역판 편찬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의 여성문화나 여성사 자료정리가 잘 됐다는 것은 전국적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어요. 각 마을에서 이 자료를 잘 활용해 문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켜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주도와 제주발전연구원에서 발간한 제주여성관련 서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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