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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63년 전의 기억 ‘화해와 상생으로 평화를’
어두운 63년 전의 기억 ‘화해와 상생으로 평화를’
  • 김정호 기자
  • 승인 2011.04.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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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주년 4․3위령제 거행...김황식 국무총리 참석-민.한 당대표 ‘불참’

4월3일 오전 11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63주년 제주4.3희생자 위령제가 거행되고 있다.
이념의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세력의 움직임 속에서도 제주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진혼곡은 올해도 어김없이 울려 펴졌다.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봉행위원회(위원장 우근민)는 3일 오전 11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를 거행했다.

외부 인사로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재승 4.3중앙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가 참석했다.

여당과 제1야당의 당대표는 4.27선거의 여파로 불참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대신해 자리를 지켰다.

추미애, 박주선, 홍희덕 국회의원과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등 3명의 지역국회의원과 유족 수천여명도 비가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위령제에 참석했다.

제63주년 제주4.3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이 제단에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위령제에 앞서 오전 10시에는 사전행사로 제주민예총과 제주도해군방어사령부, 서귀포관악단, 제주도립합창단의 문화행사 공연이 펼쳐졌다.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평화로운 미래를’을 주제로 진행된 제63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 본 행사에서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신해 헌화를 하고, 4․3영령 앞에 분향과 묵념으로 예를 올렸다.

이후 장정언 제63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보행집행위원장의 고유문에 이어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주제사와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의 추모사가 있었다.

장정언 위원장은 고유문에서 “암울했던 역사의 소용돌이에 속절없이 쓰러져간 임들의 넋을 기린다”며 “모든 원한을 내려놓고, 화해와 상생의 세상에서 부디부디 영면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주제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서 제주 4․3사건처럼 한 지역 전체가 철저히 유린되는 큰 아픔을 겪은 곳은 제주 밖에 없다”며 “민선도지사로서 4․3유가족과 도민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4.3위령제에 참석한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과 장정언 4.3평화재단이사장, 우근민 제주도지사,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이 분향하고 있다.
이어 “그 동안 이념적 갈등을 불러왔던 대부분의 법적 소송이 종결돼 가고 있다”며 “이념적 굴레에서 벗어나서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가 꽃피울 수 있도록 4․3위령사업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추모사에서 문대림 의장은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고, 희생자 및 유족이 추가신고기간도 연장돼야 한다”며 “도의회도 공식기관에서는 처음으로 4·3을 거론하고 4·3 진상규명에 노력해 왔던 초심으로 돌아가 4·3 완전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추모사에서 “63년 전, 4.3사건으로 무고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김 총리는 또 “제주 4.3사건은 굴곡진 우리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빚어진 큰 비극이었다”며 “그러나 반세기가 넘도록 억울하다는 말도 못한 채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의 한(恨)은 아직도 온전히 씻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리는 “정부는 앞으로도 4.3의 진실을 밝히고 가신님들의 넋을 기리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4.3 원혼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일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4·3사건 63주년 기념 전국 청소년 문예작품 공모에서 당선된 제주서중학교 3학년 고나윤 학생의 4·3추모시를 낭독해 행사장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정부를 대표해 4.3위령제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가 4.3재단에 헌화와 분햐을 하고 있다.


제주서중학교 3학년 고 나 윤

온실 속에 곱게 자라는 꽃들은 좋겠다.
여린 싹을 뒤 흔드는 성난 바람에
맞서 싸울 일이 없으니 좋겠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애타게
물 한 모금 구걸할 일도 없으니 좋겠다.

그래도 나는.
진흙 속에 핀 꽃이 좋더라.
언 땅을 뚫고 힘겹게 피어난
꽃이 더 좋더라.
가뭄 속에 끝끝내 긴 긴 생명줄을 지켜 낸
꽃이 눈물겹도록 좋더라.

웬만한 바람은 몸으로 받아들이고
아픔을 견뎌 아름다워 질 줄 아는
그런 진흙탕 속에 핀 꽃들이
난 정말 좋더라.

제주4.3위령제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유족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위령제 행사에 참여한 내외 참석자들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홍 회장은 “영령들의 억울한 희생 앞에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숙인다”며 대통령의 위령제 불참에 대해서는 유족들을 대신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홍 회장은 “앞으로도 유족회는 제주학살과 같은 불행이 재현되지 않도록 제반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번영의 제주를 열어 갈 수 있도록 용기를 달라”고 말했다.

위령제 공식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헌화와 분향을 하며 4․3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4.3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이 김황식 국무총리의 추도사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비가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천여명의 유족들이 위령제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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