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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블랙미니드레스' 허황 럭셔리 판타지
영화 '마이블랙미니드레스' 허황 럭셔리 판타지
  • 미디어제주
  • 승인 2011.03.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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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27) 박한별(27) 차예련(26) 유인나(29), 미녀배우 넷이 동반 출연한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제작 토리픽쳐스·CJ E&M 영화사업부문)가 14일 서울 화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대학 연극영화과를 갓 졸업하고 사회로 나선 24세 동갑내기 여성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았다. 그런데, '꿈은 명품관, 현실은 아울렛'이라는 부제와 달리 영화 속 네 여성의 삶은 또래 여성들과는 사실상 괴리돼 있다. 영화 전편에 걸쳐 네 사람의 삶은 풍요로움 그 자체다.

일단 박한별이 연기한 '혜지'는 대단한 집안 배경 덕분에 대학 때는 물론 졸업 후에도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 산다. 낮에는 마사지, 네일아트 등 외모를 가꾸며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클럽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논다. 그러다 만난 스포츠스타 등 남성들과 거리낌 없이 원나잇 스탠드를 즐긴다.

유인나의 '민희'도 아주 부잣집 딸이다. 타고 다니는 차는 억대가 넘는 포르셰의 4WD '카이엔'이다. 차예련이 맡은 '수진'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급 아파트에서 남부럽지 않게 산다.

윤은혜가 연기한 '유민'만 서민 가정의 딸이다. 직업도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보조작가로 평범하다. 가장 현실에 가까운 그녀도 대한민국 5% 안에 드는 남자를 만난다. 혜지가 소개해준 '석원'(이용우)은 내로라하는 집안의 아들이다. 유민은 늘 최고급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한다. 샤넬, 구치 등 사치품 선물 공세를 받으며,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다. 전혀 남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석원의 친구 또한 최고급 바의 사장이자 케이블 방송사 사장집 아들이다.

유민의 남자친구 석원이 바람둥이라 유민이 상처를 받는다는 설정은 진부하다. 혜지가 꿈에 그리던 연예인이 되지만 철없던 시절의 사진이 공개돼 상처를 받는다는 것에도 공감하기 힘들다. 부모의 갈등으로 민희가 힘든 시간을 보낸다거나 수진이 기울어진 가세로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도 화려한 그녀들의 삶이 눈에 익어서인지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유민을 부러워하는 외주제작사 보조작가인 유민의 고교 동창생 영미의 고달픈 삶이 또래 여성들의 삶과 엇비슷해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재미있고 유쾌하다. "천일 전 오늘은 저 순수한 선배가 날 잡지 않을까봐 떨렸는데, 천일 후 오늘은 저 무능한 선배가 날 놓지 않을까봐 떨렸다"(유민), "여자는 아이라인까지가 자기 눈이고 남자는 깔창까지가 자기 키고…"(혜지), "여자는 된장녀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러나 된장녀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좋아한다"(유민), "영어 실력도 성형수술처럼 한 순간 몰라보게 발전했으면 좋겠다"(민희), "내가 가난해졌으니까 니네들이 배려할까봐 진짜 무서웠어"(수진) 등 촌철살인 재기발랄 솔직담백한 대사들이 실제와 동떨어진 부제와 달리 이 영화의 정체성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시원하게 보고, 편안하게 즐기면 되는 영화다. 구태여 이 영화에서 감동을 찾으려거나 메시지를 건지려다가는 실망이 클 것이다. 그저 네 명의 화려한 일상과 당사자가 아니면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 고민을 지켜 보며 '배불러서 하는 고민이네'라고 비웃어주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다.

'신부수업' '허브' 등을 연출하며 여성 심리를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아 온 허인무(37) 감독이 3번째로 메가폰을 잡았다. 24일 개봉.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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