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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 지하수는 ‘공공의 자산’
<데스크논단> 제주 지하수는 ‘공공의 자산’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3.04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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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만큼 일상생활에서 '지하수'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 지역도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땅 아래에 있는 물을 지하수라 칭하지만, 땅 아래에 존재한다고 하여 모두 지하수라 하지는 않는다. 제주도광역수자원관리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제주 지하수는 비나 눈으로부터 생겨난다. 지표면으로 떨어진 비와 눈은 흙과 암석 틈을 따라 지하로 스며들어 물이 잘 통과하는 자갈층이나 모래층, 또는 부서지거나 깨진 암석의 틈을 따라 계속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지하수가 된다는 것이다.

제주는 예부터 물이 귀한 지방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바닷가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짠물의 유입으로 지하수는 금보다 귀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 초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지하수개발의 역사는 40여년에 불과하지만 그 개발량은 이미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제주지역의 지하수 개발량은 1일 1530톤으로 적정개발량(1730톤)의 86.5%에 육박하고 있다.

#머지 않아 ‘물 부족’ 도래

지하수가 빗물 등으로 아무리 새로 생겨난다 하지만, ‘지하수 고갈’이라는 재앙은 결코 비현실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추측케 한다.

실제 UN을 비롯한 세계적인 수자원 전문연구기관들이 바라보는 21세기 지구촌의 물 사정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하다. 폭발적인 인구증가에 따른 물 소비량의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수자원환경의 악화로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34개 국가가 물 부족국가가 되며, 2050년에는 전 세계인구의 13∼20%가 식수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학계보고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자원전쟁이 '석유' 때문이었다면, 불과 몇 십년 후에는 '물'이 국가 또는 지역간 분쟁의 주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터져나온 한국공항(주) 측의 생수시판 확대 규제 행정심판청구 파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공항(주) 측이 공익(公益)과 사익(私益)을 분별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일구이언(一口二言)으로 기업이 갖춰야 할 도덕성 및 신뢰성을 저 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제주 지하수는 어느 개인이나 기업이 사유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철저한 공적개념의 관리를 필요로 하는 공공재(公共材)인 것이다.

이러하기 때문에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33조 12항에서는 지하수법을 준용해 “지하수의 적정관리 또는 도시관리계획 기타 공공사업에 지장을 주는 등 다른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하수 개발 및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법 시행조례에도 보존자원에 대한 반출허가기준으로 ‘도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 등으로 구체화돼 있다.

#체계적 공적자산 보존노력 필요

한국공항(주) 측은 제주도지방개발공사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음은 물론 판매대상 규제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장삿속만 가득찬 사기업의 심경일 뿐이다.

특히 형평성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공항(주) 측이 공기업과 동일시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제주도지방개발공사는 분명한 공공영역의 활동을 행하는 기업인데 반해 한국공항은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물론 지하수 보존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공기업도 제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면 강화됐지, 공기업과 동일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공항의 행정심판 청구는 ‘한 입 갖고 두 말하는’ 일구이언의 전형에 다름없다. 처음 제주 지하수를 채취해 대한항공 기내음료로 쓰고자 할 때에는 이 부분만 허가해 주면 더 이상 바라는 바가 없다는 듯이 사정했던 기업이 이제와서 딴말 하고 있으니 그렇지 않은가.

국내시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1996년 한진그룹의 조중훈 회장과 한국공항의 전신인 제동흥산 유상희 사장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사항이 아닌가.

따라서 한국공항의 행정심판 청구는 도덕적으로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공의 자산인 제주 지하수가 한낱 사적이익에 눈먼 기업에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지하수는 영원한 자산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소중히 간직하고 이용해야 할 한정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참에 제주도당국과 제주도의회는 지하수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다시한번 점검하고 지하수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에 더욱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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