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한국공항㈜(대표이사 한문환)가 먹는샘물 ‘제주광천수’의 국내시판을 제한한데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도민사회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제주도내 시민·환경단체에서는 한국공항의 행정심판 청구가 ‘도덕적 배반이자 과도한 시장주의적 집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한국공항의 지하수 개발.이용허가 자체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제주도의회도 2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한진그룹은 즉각 행정심판을 취하할 것을 요구한 후,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향후 먹는샘물 기간연장을 동의하지 않을 방침임을 명확히 했다.
▲문제의 발단
한국공항은 1월13일 제주도가 처분한 보존자원(지하수) 도외반출 허가 중 반출목적을 ‘계열사(그룹사) 판매’로 기재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 주도록 지난달 7일 건설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즉, 지난해 10월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기간 연장신청을 하면서 국내시판을 허용해줄 것을 제주도에 요청했으나 제주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국공항은 행정심판 청구 이유에서 “반출목적을 ‘계열사 판매’로 제한함으로써 △청구인의 먹는샘물 사업이 명맥을 간신히 유지할 정도로 황폐화돼 버렸고 △입법목적과 전혀 관계가 없는 위법적인 것이며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침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한국공항은 특히 제주도지방개발공사와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민사회의 반발
그러나 한국공항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도민사회에서는 전혀 납득되지 않는 상식이하의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시판 제한은 먹는샘물 반출허가가 나올 당시 한진그룹에서 도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한국공항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공항(당시 제동흥산)은 1983년 대한항공의 기내음료로 사용하고 있던 외국산 먹는 샘물을 제주지하수로 대체하고자 먹는샘물 제조사업을 추진했고, 이듬해 8월 수출 및 주한외국인에 한정해 판매하는 조건으로 보건사회부장관으로부터 광천음료수 제조업 허가를 받았다.
또 한진그룹의 조중훈 회장은 1995년 7월 제동흥산에서 생산한 생수를 국내에 시판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1996년 제동흥산 유상희 사장도 기자회견에서 생수의 국내시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1996년 12월27일 제주도의회는 제동흥산이 요청한 지하수 이용허가 동의안을 심의했는데, 이 자리에는 제동흥산의 유상희 사장이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 국내시판을 하지 않겠다는 회사 방침을 다시 한번 밝혔다.
바로 이러한 기업방침이 제시됐기에 지하수 이용허가는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제주도의회 기자회견
제주도의회는 2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행정심판 청구는 한진그룹과 한국공항의 도덕성과
기업의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졌음을 자인하는, 참으로 불행한 결과”라며“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한국공항(주)가 생산하고 있는 제주광천수의 국내시판을
봉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는 특히 “한진그룹은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청구한 행정심판을 즉각 취하하고 더 이상 도민의 생명수를 기업이익을 위한 사욕의 대상물이 아니라 유한한 부존자원으로서 영원히 시판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성문화(成文化)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의회는 또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올해 정례회에서 처리하게 될 ‘지하수 개발 기간 연장허가 동의안’심의에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의 입장
제주도내 7개 환경단체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지하수를 사유화하려는 의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의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이다.
우선 제주도의 생명수이자 공공자원인 지하수를 사유화하려는 한진그룹(한국공항)을 강력히 규탄하며, 행정심판청구 등 기업활동의 자유를 빙자한 지하수 사유화 의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한국공항㈜의 제주도 지하수를 사유화 의도가 재차 드러난 지금 제주도는 한국공항의 지하수 개발 허가를 즉각 취소할 것도 요구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은 “1996년 제동흥산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시판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는데,
한국공항은 이러한 도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 윤리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