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겠다는 발상은 다 잡아먹겠다는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주차 차량도 별로 없는데 왜 예산을 들여가며 주차빌딩을 만드려는가”
“제주시 양돈장 주변 '숨골'을 파악한 게 있나”
“국장, 서면 답변 확실히 하세요.나 무서운 사람입니다”
“부임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업무파악이 안 되고 있다니 과장이 답변하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김태석)가 15일 제주시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날 질의의 압권은 김경진의원(민주당)이 제기한 노루의 유해조수 지정 여부였다.

김 의원은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을 향해 “업무보고 자료에 보면 노루를 유해조수로 지정하는 등 새로운 인식 접근 시도가 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의 상징 동물로 인식되는 노루를 유해조수로 지정하자는 건 제주시에서 처음 나왔다”며“이는 노루를 모두 잡아먹겠다는 발상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따져 물었다.

이에 차준호 국장은“노루를 다잡아먹겠다는 건 아니다”라며“농작물 피해를 주는 노루는 잡아서 다시 방사하는 일도 있다”며 “앞으로 이 문제는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시 로얄호텔 앞 공영주차장을 BTO방식의 주차전용빌딩을 건설하겠다고 계획을 바꾼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경진 의원은 “60억원을 주고 터를 매입해 만든 로얄호텔 앞 공영주차장이 건설된 지 2년밖에 안됐는데 주차전용빌딩을 지으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에 답변에 나선 강남수 교통과장은“당장 하려는 것이 아니라 타당성 검토를 통해 민자방식으로 하려는 것이고 주차장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래 수요에 대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이 “사유화가 우려된다”고 말하자, 강 과장은 “2015년 전 차량 차고지 증명제에 따른 주차장 임대 주차수익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6월이면 타당성 용역이 나오는데 문제점을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용역을 발주하는 건 사업을 위해서다.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용역은 안 나온다. 사안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회와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 가축분뇨 악취 발생 근거지인 양돈장 주변 숨골 보호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손유원 의원은 “가축분뇨 지하수 침투가 우려되는 양돈장 주변의 숨골을 파악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차준호 국장은"아직 파악이 안 됐다“고 답했다.

이에 손 의원은 “행정에서 숨골을 정확히 파악해 폐수가 숨골로 침투되는 것 방지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차 국장은 “양돈장 주변 숨골을 정확히 파악해 폐수가 침투되지 않도록 조사하겠다”며 “악취발생과 폐수 처리해결 등은 축산농가와 협조해 풀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질의에 나선 도의회 의원들과 답변을 하는 제주시 국장들은 모두 준비가 소홀했다는 공통점을 지녔음을 보여줬다.

의원들의 질의는 특별한 준비나 날카로움이 없었고, 제주시가 제출한 주요업무보고 자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이 짙었다.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려는 의원들의 질의도 적잖아 낯 간지러운 구태가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줬다.  

국장들도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소홀한 탓인지 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 침묵으로 답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김태석 위원장이“부임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업무파악을 아직도 못했냐”는 호통을 들어야 했고“대신 과장이 답변하라”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김명만 의원은 자신의 질의에 대해 관련 국장이“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서면으로 답변을 확실히 하세요. 나 무서운 사람입니다”라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도 나왔다.

이날 도의회에 대한 제주시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보여준 의원들의 질의나 국장들의 답변은 예나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점에서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