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하더라도 40만600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았다. 지난 2009년 25만8400명에 비해 60%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증가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을 어떻게 더욱 잡아맬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게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이다.

 # 중국인 관광객 제주도 음식불만 커 

이는 지난해 출범한 우근민 제주도정이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시대와도 맞물린다.

우근민 도정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불만족을 끄집어내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을 내걸었다.

제주관광공사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음식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보통 이하’라는 답변이 54.6%에 달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느끼는 음식의 괴리감은 심하다.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시대의 해법을 위해서는 중국인이 필수이기에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도 함께 끼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불안하다.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으로 선정된 곳 가운데 원산지 거짓표시를 한 업체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 원산지 거짓표시 업체를 중국인 전문음식점으로 선정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이 도내 음식점 등 476곳을 대상으로 원산지표시 일제단속을 벌인 결과 9곳이 적발됐으며, 이 곳 가운데 한 곳이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은 지난해 8월 제주도의 정례 직원조회 당시 우근민 도지사의 지시로 추진됐다. 이후 대상자 공모 과정을 거쳐왔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17일과 18일 이틀간 사업 제안서를 접수받았고, 같은달 20일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2곳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그런데 원산지 거짓표시를 한 업체가 농림수산부로부터 처분을 받은 날은 사업 제안서가 접수되기 전인 1월 11일로 드러났다.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www.mifaff.go.kr)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원산지 거짓표시 공표’ 내용에 그대로 처분날짜가 명기돼 있다.

날짜로만 본다면 해당 업체가 처분을 받은 뒤에 사업 제안서를 접수받고 심사를 한 꼴이 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설 이후 언론을 통해서야 알았다. 사전에 인지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어쨌든 제주도가 심사대상에 오른 업체를 대상으로 정확한 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피해가지 못한다. 

# 왜 전문음식점 취소를 하지 못하나

원산지를 거짓표기한 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농관원 제주지원은 위반업체 가운데 7곳을 형사입건하고, 검찰송치 절차를 밟고 있다.

농관원 제주지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으로 지정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기소유무를 결정한 뒤 2개월내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진행 여부를 떠나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체를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전문음식점으로 육성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해당 업체는 “단 한 차례 (원산지가 다른) 축산물을 들여왔을 뿐이다”고 항변하지만 원산지 위반 업체를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으로 지정했다는 사실을 도민들이나 중국인 관광객이 알면 어떻게 될까. 사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의 예산이 전혀 지원되지 않으며,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제주도 관계자는 “운영을 하는 와중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제재조치를 취할텐데, 아직 오픈을 안했기에 난감하다. 선정은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쳤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 협상규정엔 영업중 문제가 불거지면 사업장 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의 예산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시설 투자는 해당 사업장이 하지만 제반 여건 마련엔 제주도의 지원이 없으면 안된다.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에 인증패를 전달하고, 관광지와 유관기관 등에 뿌릴 홍보 리플릿도 발간할 계획이다. 또한 제주도는 중국 현지에서 요리사들이 취업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해주기로 했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은 우근민 도정이 내세운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첨병이 되는 자리일 수 있다. 잘못한 업체에 면죄부를 주는 건 있을 수 없다. 그건 우근민 도정이 바랄 일이 아닐 것이다.

김형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