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해군기지 문제는 여전히 진행중이며,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엊그제 해군측이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가설 사무실 공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경찰에 강제연행 되는 등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는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의 출범으로 새로운 전환을 맞는 듯 했다.
우근민 도지사는 지난 7월 1일 취임사를 통해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둘러싼 반목과 대립을 종식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근민 도지사는 취임사에서 “강정마을 주민들, 제주도민, 국방부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어느 일방의 맹목적인 양보를 강요하지 않는 합리적인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근민 도정은 취임 한달 뒤 해군기지건설 갈등해소추진단을 설치,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를 드러내는 듯 했다.
갈등해소추진단은 그동안 해군기지 후보지역으로 거론되던 위미1리, 화순리, 사계리 등 3개 마을에 유치신청 의견 회신을 요청했다. 또한 강정마을회의 제안대로 이들 3개 마을에서 입지 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3개 마을이 모두 유치반대를 결정하면서 문제는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우근민 도지사는 11월 15일 제276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여 적극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하게 된다. 아울러 ‘해군기지건설 갈등해소추진단’을 ‘해군기지 건설 및 지역발전지원단’으로 확대 개편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우근민 도지사는 시정연설에서 제주도와 의회·강정마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역발전계획(안)을 정부에 제안할 경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고 했으나 이를 지켜본 강정마을 주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주민들은 강정마을 입장에서 문제해결을 기대했으나 도정이 사실상 정부안을 수용함으로써 강정마을은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급기야 강정주민들이 제기한 절대보전지역해제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시민사회단체는 천막농성을 선언하고, 강정마을회도 다시 갈등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결국 강정마을은 몇차례 마을 총회 끝에 지난 22일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다시 결정한다. 강정마을은 반대 결정과 함께 제주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한다.
해군기지 문제의 길고 긴 터널의 끝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해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측에서 직접 나서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만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다.
<인터뷰> 윤용택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윤용택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지금까지 끌고 오고 있는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질타한다.
절차적 부분은 해군기지 문제를 처음 거론했을 때 도민과 해당 지역민에 대한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윤 의장은 절차상 하자를 띠고 있었기에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의장은 내용적 부분에서도 ‘해군기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를 설득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해군기지를 안보적 입장에서 꼭 필요하냐고 했을 때 답하기가 어려워요. 평화의 섬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느냐고 했을 때 명분도 그렇고, 세계자연유산 ‘트리픈 크라운’ 달성한 섬과도 맞지를 않습니다.”
윤 의장은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군이나 국방부, 그리고 청와대 등 정부가 나서서 필요하다면 충분히 (도민과 지역민을) 설득시켜야 하고, 해군기지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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