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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바꾸는 세상, 자전거의 힘
두 발로 바꾸는 세상, 자전거의 힘
  • 이상섭
  • 승인 2010.11.15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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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상섭 제주시 이도2동주민센터

콜롬비아의 보고타, 커피애호가들은 최상급 원두를 떠올렸고 마약중독자들은 질 좋은 코카인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들이 동시에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으로 찌든 도시였다. 산업화로 인한 인구급증과 자동차 증가는 통행속도를 평균 10km/h 이하로 떨어뜨렸고, 도로는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1997년 당선된 엔리께 페날로사 시장은 대중교통개혁과 자전거로 요약되는 트랜스밀레니오(TransMilenio) 시스템을 제시했다. 씨클로비아(Ciclovia)로 불리는 자전거 정책은 일주일에 한번 차도에 자전거만 다니게 하는 것이다. 총 길이 400km의 자전거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중심으로 백여 개가 넘는 공원과 병원, 학교, 도서관 등 사회 시설을 세운 결과 보고타는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교통시스템의 대명사가 되었다.

하지만, 보고타가 자전거를 통해 얻은 것은 교통과 환경문제 해결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자전거를 타고 놀고, 사람들이 이웃과 함께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과정에서 사회통합을 이끌어 냈다. 치안정책 시행과 더불어 사람들이 공원과 길에서 어울리며 시민적 연대감을 형성한 결과 만연했던 폭력은 사라졌고 2007년 살인 등 중범죄는 90년대 중반에 비해 불과 4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자전거는 보고타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시로 바꾸어 놓았다.

2010년 제주도의 인구당 차동차 보유 대수는 2.3명당 1대꼴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자동차 등록 대수는 50%가 늘었으며, 2016년에는 도내 등록 차량 대수가 30만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환경 문제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주류여론으로 형성된 현재, 세계환경수도를 자부하는 제주특별자치도에게 보고타의 사례는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두 발로 만드는 힘, 자전거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이상섭 제주시 이도2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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