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특별했던 축제속의 축제
조금은 특별했던 축제속의 축제
  • 양석철
  • 승인 2010.11.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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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석철 서귀포시 천지동주민센터

천지동에 근무하면서 전통혼례식을 주관해 치룬 것이 벌써 두 번째이다. 테마가 자주 바뀌는 일부 지역과는 달리 우리동은 서귀포칠십리축제 퍼레이드에 변하지 않고 꾸준히 행해지는 테마가 있다. 바로 전통혼례 행렬이 그것이다.

마치 초야를 치르고 의기양양하게 신부를 데리고 가는 풍경처럼 전통혼례 이미지를 행렬로 재현한 것이다.

'청사초롱 앞세워서 멋들어진 관복입고
사모관대 목화신고 의기양양 말탄 신랑
연지곤진 양쪽 볼에 원삼 곱게 차려입고
족두리에 용잠비녀 붉은 댕기 늘어뜨려
절수건에 손가리고 수줍어라 빨개지고
누가 볼까 고개 숙인 가마에 탄 예쁜 신부
신랑 옆엔 말잡이에 우산잡이 가래받이
신부 뒤엔 들러리와 요강받인 덩실덩실
예단 짊어 뒤처질까 끙끙대는 하인들과
어깻죽지 시큰해도 마냥 좋은 가마꾼들
양가부모 집례 집사 일가친척 두리둥실
고사리 손 꼬마풍물 모두모두 신이 났네.'

이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을 한두 시간의 퍼레이드로만 흘려보내기엔 너무나 안타까웠다. 5년전 서귀포칠십리축제시 우리동 마당놀이에서 은혼식을 전통혼례로 치른 사진을 보고 “아! 바로 이거다” 하고 생각을 하게 됐다.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축제시 전통혼례를 치르면 그 묘미를 더할 것이고,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외국여인이 우리나라 고유의 혼례복 차림은 다문화의 이질감을 극복하게 되는 일석다조임이 분명했다.

지난해엔 동거부부인 천지동 오상홍군과 중국 길림성 출신인 예좬 부부를 시작으로 올해에도 천지동 이성민군과 캄보디아에서 온 어여쁜 신부 천속리양의 전통혼례식으로 정식부부의 연을 맺어 주었다.

지난 10월24일 아침 찌뿌듯한 하늘, 혼례식을 준비하는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차분히 식은 진행되고 구경꾼들은 점점 모여들어 성황리에 마쳤다. 낯선 풍경이라 수많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이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수를 치며 끝까지 관람하였으며, 정장에 드레스가 아니어서 신랑신부의 어설픈 움직임이 흥취를 더해준 것 같았다.

특히 일본 카시마시에서 온 관광객들은 기념촬영까지 하고 신랑신부를 축하해 주곤 했다.

다문화 민족이 한데 섞여 이루어내는 우리 고유의 전통혼례식, 조금은 특별한, 아니 진정한 칠십리축제의 백미로 거듭나려는 노력 속에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양석철 서귀포시 천지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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