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의 설움', "바이올린 켜고 싶어라"
'시골학교의 설움', "바이올린 켜고 싶어라"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11.09 08: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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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심각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의 '도-농 격차' 현실
시내학교는 프로그램 종류만 10여가지...시골학교는 3-4개도 '허덕'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계층간 지역간 교육격차를 완화해 실질적인 교육복지를 실현한다는 '거창한 목표' 속에 운영되고 있는 '방과후 학교'.

예전 초등학교에서 방과후교실과 특기, 적성교육, 수준별 보충학습 등으로 사용된 각각의 명칭과 프로그램들이 2006년부터 이 '방과후 학교'로 통일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시행 5년째인 이 방과후 학교가 과연 당초 목표대로 잘 추진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대로 사교육을 대체함과 동시에 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이는데 일조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푸념섞인 말부터 나온다.

한마디로 도(都)-농(農)간 '격차'의 현실을 오히려 더욱 뼈져리게 느끼도록 한다는게 읍.면지역 학부모들의 불만이다.

#학교별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격차'

실제 올해 2학기 시행 중인 학교별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이러한 점은 확연히 나타난다.

먼저, 제주시 초등학교 중 규모가 크고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A학교.

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종류만도 11가지.

초급, 중급, 고급반으로 나눈 '영어반'을 비롯해 독서논술, 미술, 바이올린, 자율축구, 택견, 배드민턴, 창의수학, 풍물, 판소리, 로봇3 등의 프로그램이 선보이고 있다. 각 프로그램별 강사진도 사전에 모두 확정돼 학부모에게 제시된다.

또다른 규모가 비교적 큰 제주시내 초등학교인 B학교.

이 학교에서도 9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징은 대부분의 학교가 국내 강사진으로 영어반을 운영하는데 반해, 이 학교에서는 외국인 교사 4명으로 학년별 4개 그룹으로 나눠 '원어민 회화'를 한다는 점이다.

서예, 한자, 바둑, 동화구연스피치, 로봇제작, 배드민턴, 첼로, 바이올린은 기본.

이 학교 역시 각 프로그램별 강사진이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예고된다. 수강료가 많게는 7만4000원(바이올린)에 이르기 때문이다. 원어민회화의 경우 4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제주시내 학교에 반해 읍.면지역의 소규모 학교는 프로그램이 매우 적다.  대부분 4-5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제주시 농촌지역에 소재한 초등학교인 C학교.

이 학교에는 이번 학기 컴퓨터, 바이올린, 뜨게질 및 스킬자수반, 영어반 등 4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영어반의 경우 제주시내 학교와 같이 원어민이나 초, 중, 고급과정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저학년과 고학년 2개 그룹으로 나눠 기초영어 및 생활영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물론 수강료는 컴퓨터의 경우에만 1만2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편일 뿐 영어는 무료, 뜨개질 등은 6000-7000원 선이다.

서귀포시 농촌지역에 소재한 초등학교인 D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학교에서는 컴퓨터, 피아노, 수학, 스마트 학습집중력프로그램 등 4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의 프로그램은 아예 개설되지 못했다.

#"동등하지 못한 교육환경, 누가 농촌으로 오겠나?"

이처럼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간 격차를 해소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서는 오히려 격차가 심화됨을 알 수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 학부모들의 경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매우 협소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읍.면 소재지 학원을 추가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볼멘소리가 자연스럽게 터져나오고 있다.

제주시 모 읍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 부모씨(44)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수가 100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이지만 그래도 학교 프로그램은 제주시내 학교와 동등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으로 귀농하려는 사람들 대부분의 가장 큰 고민도 바로 이러한 교육환경 때문일 것"이라고 전제한 후, "이런 상황에서 누가 농촌으로 이사오려 하겠나"라며 도농간 교육격차 해소에 교육청 당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하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읍.면 지역의 경우 '강사진 확보' 문제가 있어 프로그램 확충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사진이 부족하다 보니 읍.면지역의 경우 3-4개 초등학교를 하나의 '학교군'으로 묶고, 방과후 예체능 강사 1명이 순회하며 프로그램을 맡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강사들이 읍면지역에서의 근무를 꺼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주시 서부지역에 위치한 모 초등학교의 교감은 "일부 강사들이 읍.면지역 학교는 거리가 멀고 교통비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근무를 꺼려한다"면서 "사정하며 붙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방과후 학교 강사가 근무를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릴까봐 항상 불안하다"며 "새로운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 학부모나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도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각 4개 학교씩 총 8개 학교군으로 구성돼 방과후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피력했다.

물론 농어촌지역의 환경에 맞게 방과후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면서 우수사례로 평가받는 학교들도 더러있다. 그러나 학부모나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도시와 농촌 간 교육격차는 매우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청 홈페이지의 '방과후 학교' 섹션에 목표로 적시된 '사교육비 경감'과 '계층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라는 문구가 어색하게 다가오기만 하는 상황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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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0-11-09 10:54:00
방과후 강사 몇몇만 인터뷰해도 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었을텐데요.아마 불만들 많으신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신선한 기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