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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유도시, 정말 제주다운 비전인가?"
"국제자유도시, 정말 제주다운 비전인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11.04 14: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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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찬 열사 19주기 추모 토론회, '국제자유도시 현실과 과제'
신용인 교수 "제주가 '자주적' 발전의 길 걸어본 적 있나?"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며 분신항거한 양용찬 열사의 넋을 기리기 위한 19주기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일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사랑 민중사랑 양용찬열사 19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이날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마련된 정책토론회에서는 제주개발의 현실을 되돌아보며, 양 열사의 정신을 계승한 제주 발전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모색해보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신용인 제주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먼저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키워드가 과연 제주가 지향해야 할 비전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그는 "국제자유도시가 과연 제주다운 비전인지 회의가 든다"며 "국제자유도시는 제주에 맞는 옷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리 화려하고 멋있다 하더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면 그 옷을 보았자 불편하고 어색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자유도시가 제주다운 비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4가지로 제시했다.

신 교수는 먼저 "제주민의 정서가 국제자유도시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제자유도시의 핵심가치는 자유로운 이윤추구이고,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다수의 제주도민들은 이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자유로운 이윤추구는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을 불러오고 부의 편중을 가져와 그로 인한 공동체의 훼손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제주도민들은 비록 돈을 조금 못 벌게 되더라도 평등한 입장에서 서로 돕고 따뜻한 정을 나누며 평화롭게 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그는 제주가 과연 국제자유도시가 될 수 있는 인적.물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표시했다.

그는 "제주가 홍콩과 싱가포르와 같은 국제자유도시가 되기에는 인적.물적 기반이 너무 부족하다"며 "지역의 고급 인력 유출현상 심화, 영어구사 가능 인구의 협소, 낮은 재정자립도, 지식기반산업의 미비, 지역산업 규모의 영세성 등 현재의 취약한 인적.물적 기반을 갖고서는 도저히 국제자유도시를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번째로는 제주는 청정한 물, 토지, 공기, 화산으로 인해 빚어진 아름다운 경관, 풍부한 생물종 다양성 자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은 국제자유도시 실현에 보완적인 역할을 할지는 몰라도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제자유도시를 추구하게 되면 개발을 정당화시키고 가속화시키면서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게 될 우려가 크다"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국제자유도시는 보완적인 면보다 상반되는 면이 더욱 많다"고 꼬집었다.

네번째로는 국제자유도시 개념 자체가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들었다. 그는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주류의 사고였던 20세기에는 국제자유도시가 어느정도 시대적인 적실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로 인해 경제지상주의적 사고가 비판을 받고 있고, '녹색'이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국제자유도시가 '한물간 개념'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제자유도시를 고집스럽게 계속 추구하다 보면 제주는 이것도 저것도 되지 못하면서 난개발로 자연만 훼손시키면서 미래가치를 잃어버리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릇이 좋아도, 담긴 음식이 형편없으면 아무도 안 먹는다"

국제자유도시에 이어 특별자치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그릇'과 '그릇 속의 음식'을 비유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특별자치도가 그릇이라며 그 안에 담긴 음식은 제주의 비전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제주의 비전은 국제자유도시"라며 "따라서 지금 제주는 특별자치도라는 그릇 안에 국제자유도시라는 음식을 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어떤 그릇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그릇 안에 담기는 음식은 더욱 중요한데, 음식이 형편없으면 아무리 좋은 그릇에 담겼더라도 그 누구도 먹지를 않는다"며 "특별자치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 보았자 지금처럼 전혀 제주답지 않은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을 계속 고수하는 한 소용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비전을 자연친환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에서 찾아야 한다며 미래지향적 제주비전으로 '자연치유'를 제시했다.

그는 가칭 '제주특별자치도 및 자연치유의 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제주가 자연치유의 섬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도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게 되고, 일자리 창출 및 소득증대, 농업과 관광업의 경쟁력 강화, 자연친화적인 제주발전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제주가 언제 '자주적 발전의 길' 걸어본 적 있었나?"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자주적 발전'이라는 말을 꺼내들었다.

"제주의 지도자들은 중앙정부만 바라보며 도민을 위한 행정을 펴지 않았다"며 "그 결과 제주의 운명은 언제나 중앙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었고 제주가 자주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피력했다.

신 교수는 "국제자유도시 역시 제주의 자주적인 비전이 아닌데, 제주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는 무시된 채 중앙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시된 비전일 뿐으로, 제주의 슬픈 역사는 오늘날에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슬픈 역사의 고리'를 끊어야 함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제주 역사의 주인은 제주인이 되어야 하고, 중앙정부가 아닌 제주인의 손으로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중앙의 이해관계에 맹종하는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제주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면서도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제주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제주다운 비전을 내세우며 제주인에 의한 자주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용찬 열사의 유서 내용을 이 주장과 부합해 설명했다.

"나는 우리의 살과 뼈를 갉아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 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또한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양용찬 열사 유서 내용)

#김동주 "새로운 지역발전정책 수립 필요"

정민구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어진 토론에서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은 국제자유도시 정책과 환경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국제자유도시 정책의 성격에 대해 설명한 후, 이 정책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실을 강조했다. 2001년 8개였던 골프장이 현재 28개로 크게 증가했고, 대규모 개발은 환경파괴는 물론 골프장 과잉공급으로 경제성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개발계획 수립 및 집행에 있어 도민의 자발적이고 주체적 참여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이 자원을 활용한 내생적 발전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검토돼야 하고, 지역의 자연환경 보전을 기본으로 한 새로운 지역발전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현승훈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부의장, 고제량 제주생태관광 대표, 강경숙 제주여민회 활동가 등도 토론자로 나서 양용찬 열사의 정신과 연계한 제주의 개발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양용찬 열사 추모사업회는 19주기 기일에 즈음해, 오는 7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서 신례리 청년회 주관으로 열사묘역 참배를 하고, 이날 제주시청 일대에서 19주기 추모문화제를 갖는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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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10-11-05 10:13:42
제주다운 길을 찾자는 의견에 동감합니다.
교수님!!! 화이팅!!!

공감 2010-11-05 10:13:38
제주다운 길을 찾자는 의견에 동감합니다.
교수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