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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부패', "'시민 감시단'이 제 역할 해야죠"
'만연한 부패', "'시민 감시단'이 제 역할 해야죠"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11.0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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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제주반부패네트워크, '청렴제주 만들기 아카데미' 개최
국민권익위 지영림 위원 "옴부즈만은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돕기 위해 마련돼, 사회 감시자와 시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옴부즈만'.

옴부즈만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 또 이들이 행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달 27일 지방예산에 관한 이야기를 신랄하게 풀어냈던 제주반부패네트워크는 3일, 옴부즈만으로서 견지해야 할 자세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날 열린 '부패없는 청렴 제주만들기 시민아카데미' 4강에서는 지영림 국민권익위원회 선임전문위원이 나서 '옴부즈만의 역할과 권익구제'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 옴부즈만의 존재 이유? '고충처리'가 근본

연세대학교 법학박사를 취득하고, 근 15년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자리를 지켜 온 지영림 위원은 그 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강의를 이끌어 나갔다.

"사소한 것이지만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번져가는 것이 부패"라고 운을 뗀 지 위원은 "기존에 갖고 있던 틀을 깨야만 부패에 대응할 수 있다"고 당부하며 강의를 풀었다.

그는 "당장 우리 아랫세대만 보더라도 현 세대와 사고패턴이 너무나 다르다"며 "1809년도에 만들어진 옴부즈만은 발족 당시와 그 개념이 전혀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 위원은 "새롭게 변화된 옴부즈만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전반적인 개념을 설명했다.

그는 "옴부즈만의 공식적인 정의는 권리의 침해가 발생하거나 권력이 남용된 곳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행정을 개선시키고, 정부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책임성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의 옴부즈만은 너무 넓은 의미로 쓰인다"며 "모니터링 요원 등도 옴부즈만의 범주안에 포함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 위원은 옴부즈만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에 대해 "행정에 대한 고충처리가 근본"이라고 설명하며 핵심 키워드는 '고충처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 옴부즈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

종전까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국가청졈위원회 등으로 나뉘어졌던 옴부즈만 단체는 지난 2008년을 기해 국민권익위원회로 단일화 됐다.

지 위원은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 대해 행정기관에서 잘못했다고 판단했을때 권고를 해서 시정토록 하는 기관이 국민권익위원회"라고 설명했다.

통합된 이후 해마다 2만8000여건 이상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는 제기된 민원을 갖고 행정에 대해 시정권고 조치한다. 행정의 수용률은 거의 90%에 가깝다.

지 위원은 "옴부즈만 제도는 행정에 대해서도 강압이나 권력에 의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고쳐나가도록 돕는 것으로 가장 민주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이날 아카데미에 참석자들의 대다수가 시민단체에 회원이라는 것을 감안해 지 위원은 "여러분들 개개인이 모두 옴부즈만"이라며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소통'을 통한 조정과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위원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심리학자 랭거교수의 실험을 예로 들었다.

"복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섯장만 먼저 내가 복사하면 안되겠느냐'고 물었을 경우의 반응을 파악한 결과 약 60%의 사람들이 이를 허락해줬다"고 말한 그는 "그런데 같은 질문을 던진 후 곧 '왜냐하면'이라고 부연설명을 덧붙일 경우 승낙 확률은 9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반응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이다.

지 위원은 "뭔가 많이 알고 있는 듯한 질문인 '셔틀 네거티브'나, 참여를 유도하는 질문인 '캐스팅보드' 보다 누구나 자신의 일처럼 느끼게 하는 질문인 '스톡스필'이 가장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지 위원은 "기존의 사회구조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권력자가 있고 그 밑에 관리자, 제1선 직원, 국민 순으로 분포돼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옴부즈만이 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뒤집어 국민이 맨 위에 놓인 '역 피라미드'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패'는 한 줌의 욕심으로 인한 것"

지 위원은 강의를 마무리 하기 전 '부패'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풀어냈다.

지 위원은 길가에 떨어진 돈을 주을때 혈액형별 행동유형을 재치있게 설명하고 "점유 이탈물 횡령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길에 떨어져 있는 돈을 줍더라도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청렴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핀란드의 경찰관이 자전거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줬다"며 "주인은 감사함의 표시로 2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3500원을 줬는데, 이 때문에 이 경찰관은 부패 공무원으로 500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말했다.

별게 아닌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부패'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 것이다.

지 위원은 "알고 있는 지식이 잘못됐을 때는 상황을 그대로 밖에 보지 못한다"며 "끊임없이 무엇이 옳은지 확인해야 하고,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 안에 든 쥐'는 한 줌의 쌀이 욕심이 나 독 안에서 죽게 되는 것"이라며 "눈 앞의 보이는 간단한 이득을 따라가다보면 포획된 곳으로 던져지게 될 것"이라고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께 열린 지 위원의 특강에 앞서 오후 2시에는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환경영향평가 및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패사례' 강의가 진행됐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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