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전교조 제주지부 교사 2명에 대한 제주도교육청의 징계 의결이 연기됐다.
교사 2명이 당원으로 가입한 적이 없다는 새로운 소명 자료가 제출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도교육청과 마찬가지로 대구.대전.울산.부산.충북.경북.경남 등 9개 교육청에서 29일 징계위가 열려, 징계 의결이 요구된 전교조 교사 64명 중 8명이 해임됐다. 22명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정당 후원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한날 한시에 열렸다. 이를 두고 교과부에서 일정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징계위원장인 한은석 부교육감은 징계위에 앞서 28일 고의숙 교사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교과부 지시'가 아님을 강조했다.
교과부 지시가 아닌, 지난 21일 열린 부교육감 회의를 통해 징계위 개최 일정을 정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부교육감 회의를 통해 결정된 날짜에 징계위가 열렸고, 3시간40분의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
회의를 마친 한 부교육감은 전교조 제주지부 교사 2명에 대한 징계 의결을 연기한다면서 '애매모호한'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징계 의결을) 별도 지정 기일까지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끝으로 어떠한 부연 설명도 없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제출된 소명 자료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다음 징계위원회는 내일 열릴수도, 한달 후에 열릴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전교조 제주지부 등이 촉구했던 '법원 판결 이후 징계 의결'과는 사뭇 다른 의미다.
이같은 결정에 전교조 제주지부는 물론, 후원금을 낸 고의숙 교사와 김명훈 교사도 유감을 표했다.
전교조 제주지부 조합원들은 애매모호한 말만을 남기고 자리를 뜬 한은석 부교육감을 찾아가 '별도 지정 기일까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이같은 요구는 한 부교육감이 아닌 그의 비서에게 전달됐고, 비서는 한 부교육감에게 다시 전달했으나, "부교육감은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답변만이 되돌아왔다. 부교육감실은 굳게 잠긴 채 교육청 직원 2명이 그 앞을 막고 섰다.
어정쩡한 결론에 애매모호한 답변만을 남긴 한 부교육감.
부교육감직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주 근무를 발령받은 자리다. 제주에서 근무한 부교육감들은 출신 지역이 다양할뿐더러, 근무기간도 6개월에서 1년까지 각각 다르다.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업무와, 교육감이 자리에 없을 경우 교육감 직무대리를 맡기도 한다. 특히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교과부에서 발령받았고, 교과부와 다리를 놓는다는 점에서 "교과부 지시만을 따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앞서 한 부교육감은 그 스스로 징계위 일정이 교과부 지시가 아님을 강조했었다. 그렇다면 징계 양형 결정도 교과부 지시에서 벗어나 결정할 수 있을까?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징계조치를 연기할 것을 탄원한 제주도의회 전체 도의원을 비롯해 제주출신 국회의원을 비롯한 수많은 지역인사들, 징계연기에 서명한 2000명이 넘는 초.중.고교 교사, 그리고 제주도민들은 제주도교육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의'를 받들 것인지, '시달사항'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제주도교육청은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