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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마을흔적 사라질 위기
4.3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마을흔적 사라질 위기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6.03.26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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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주민자치연대 4.3유적지 답사 결과, 하천정비공사로 훼손 우려

제주4.3유적지 복원 및 집단 매장지의 희생자 유해발굴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인 가운데,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그 자취마저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한 유적지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3 잃어버린 마을' 중 하나인 제주시 화북동 '곤을동'의 경우 현재 별도천 정비사업이 이뤄지면서 머지않아 4.3당시의 마을이었음을 확인케 하는 돌담 등이 사라지거나 원형이 크게 훼손될 상황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주민자치연대(대표 정민구) 지역조사위원회가 25일 제58주기 4.3을 즈음해 지역답사차 이곳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이 일대 하천 정비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4.3당시 집터 등이 크게 훼손돼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곤을동은 1949년 1월4일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되면서 복구되지 못한 '잃어버린 마을' 중 한 곳이다.

당시 들이닥친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하는 비극을 겪었는데, 지금도 안고을 터에는 방앗돌이 있고 집터가 비교적 뚜렷이 남아있다.

제주도는 2003년 이 마을에 '잃어버린 마을' 표석을 설치했다.

"(중략)곤을마을은 고려 충열왕 26년에 별도현에 속한 기록이 있듯이 설촌된지 700년이 넘는 매우 유서깊은 마을이다. 주민들은 농사를 주로 했으며, 바다를 끼고 있어 어업도 겸하면서 43호가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4.3사건의 와중인 1949년 1월4일 아침 9시경 군 작전으로 선량한 양민들이 희생되고 온 마을이 전소되는 불행을 겪었다. 이 어찌 슬프고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 당시 모든 가구가 전소되었고 24명이 희생되었다. (중략)"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도 2004년 4월5일 '4.3 해원 상생 거욱대' 표석을 세웠다.

"1949년 1월4일 오후 3-4시경 불시에 들이닥친 군인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주민들이 희생당했다. 집과 사람은 오간데 없고 그 돌담만 남아 이 억울하고 원통한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곤을동 초토화 마을 유적터에 55년이 지난 오늘에야 온 도민들의 마음을 모아 해원상생의 굿판을 벌여 이를 위무하고, 이곳에 옛 조상들이 그랬듯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이 '거욱대'를 세운다."

그러나 '잃어버린 마을' 표석설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책없이 마을 옛터를 방치하는 사이 '포클레인'이 이 흔적마저 없애버릴 상황에 처해있다.

강호진 민주노동당 정책실장은 "곤을동은 제주시 중심과 인접해 있고, 해안마을이면서 초토화를 겪고 결국은 잃어버린 마을이 된 상징적인 곳"이라며 "비교적 뚜렷한 흔적이 남아있고, 곤을동 출신 생존자들의 의지도 강하기 때문에 보존 혹은 복원해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이 곤을동 옛터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하천정비사업이 이뤄지면서 수개월 내에 마을 형태를 짐작케하는 돌담 등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먼 장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에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곤을동과 같이 시급한 정비와 보존을 요하는 4.3유적지는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제주도는 올해 사업비 20억원을 들여 북제주군 조천읍 낙선동성, 남제주군 섯알오름 학살터, 북촌리 너분숭이 희생터 등 3곳에 대한 유적지 복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 아직 '곤을동'에 대한 보존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강호진 회원은 "이들 무장대의 시신은 학교 옆에 아무렇게나 방치됐다가 이곳 송령이골에 집단 매장됐는데, 지금까지 돌보는 사람없이 그대로 있다가 2004년 처음으로 벌초와 주변정리가 이뤄지면서 무덤의 형태를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원은 "현재 무덤 옆을 바로 인접해 농로가 개설돼 있어 오래지 않아 이곳도 원형이 훼손될 소지가 크다"며 "평화와 인권을 위한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이 곳에 대한 보존 내지 정비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주민자치연대는 매달 4째주 토요일에 맞춰 실시하는 지역답사와 관련, 4월 지역답사에서는 제주 서부권 4.3유적지 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역답사 참가문의> 제주주민자치연대 722-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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