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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과 함께 요동치는 산..."오늘은 잊고 놀자!"
락과 함께 요동치는 산..."오늘은 잊고 놀자!"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10.17 09:4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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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2010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곶자왈 지키기'테마 공연 선보여

16일 저녁, 평소라면 조용하고 쌀쌀한 기운이 지배했을 한라산 중턱에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이 엮어낸 정통 락 사운드가 산의 가슴을 들끓게 만들었다.

어느덧 7회째를 맞이한 '2010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16일 제주시 산천단 바람까페 일원에서 '곶자왈 지키기'를 테마로 개최된 이날 페스티벌에서는 차가운 산 공기도 아랑곳 하지 않은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축제를 즐겼다.

곶자왈 공유재단과 아라동청년회, 스테핑스톤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관하고,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과 사단법인 제주대안 연구공동체의 후원으로 펼쳐진 이날 축제에는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음악에 몸을 맡겼다.

리듬에 맞춰 천천히 몸을 흔들기도, 또 뛰어오르기도 한 이들은 제법 쌀쌀한 날씨를 잊은 모습이었다.

# 선 자리가 곧 '관람석'과 '무대'

산천단 바람까페 인근 상설무대, 이 공간을 아는 이들이라면 어떻게 무대를 만들까 의문을 가져볼 만 했을것이다.

하지만 이날 마련된 공연장은 이 같은 의문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번에 보여줬다.

악기를 놓을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는 2단으로 쌓아놓은 이색적인 무대로 해결됐다. 참가 밴드들의 대기실은 불을 피워놓은 화로 옆이다.

관람객석? 선 자리, 앉은 자리가 바로 관람객석이 됐다.

곶자왈을 지키자는 메인테마와 딱 들어맞는 숲이 우거진 공연장.

나무 위에 간신히 걸쳐놓은 전구와 군데군데 피워놓은 촛불은 한껏 운치를 더해줬다.

# 좌중을 압도한 별 거 아닌(?) 밴드들

3호선버터플라이, 서울전자음악단, 싸지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의 그룹사운드가 이날 게스트로 참여됐다.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밴드는 아니지만, 서울 홍대 인디거리에서는 이미 저마다의 내공을 인정받은 실력파 밴드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무대에 올라서는 이들마다 자신들의 밴드를 소개하지만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붙이는 내용은 "서울에서 온 밴드" 라던가 "별 거 아닌 밴드" 정도.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는 무대는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피리, 탬버린, 우클렐레 등 각기각색의 악기를 들고 올라온 무대에서 천의 소리를 선보이는 밴드하며,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거친 보이스, 현란한 일렉기타 연주 등의 정통 락 무대는 관객들의 피를 들끓게 만든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산이 떠나가랴 울린 사운드는 관객들을 자유자재로 들었다가 놓았다.

메시지도 간단명료하다. "곶자왈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곶자왈에다 골프장 같은거 짓지 맙시다."

앞뒤사정 길게 늘어놓을 것도 없는 이 한마디에 관객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 "이런 공연, 전국적으로도 보기 힘들죠"

신문을 보고 알게된 페스티벌. 지인들과 함께 찾아와 연신 어깨를 들썩이던 고연수(23)씨는 "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공연"이라며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공연을 위해 서귀포에서 달려온 유희종(35)씨는 "제주가 아니라 한국 전체를 봐도 이런 공간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무대위까지 전해졌다.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첫 해에도 참여했던 3호선버터플라이의 보컬 남상아씨는 "(관객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무대를 즐긴다"며 "이런 동화같은 곳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 총괄 기획 김명수 씨, "환경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을 총괄 기획한 김명수 씨. 사비를 털어 마련한 자식같은 축제가 벌써 7회째를 맞이한 그는 매번 감회가 새롭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꺼낸 그는 "'재미있는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시작된 것이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찾아오는 관객들과 출연진 모두 무대를 즐기고 있어 수백만원의 사비도 아깝지 않다"며 "특히 초청했던 밴드들이 다시 찾아오기도 하고, 다른 밴드를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우연히 참가했던 곶자왈 세미나. 김명수 씨는 세미나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

그는 "세미나를 참석했을때 환경을 지키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중문해변에서 열렸던 지난해는 바다, 올해는 산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곶자왈'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1번 보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다음 날 예정된 곶자왈 트레킹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축제가 끝난 후 17일에는 공연에 참가했던 뮤지션들과 함께 화순 곶자왈 트레킹과 선흘리 동백동산 탐방이 예정돼 있다. 저녁에는 인근 해변에서 조그마한 파티가 이어질 계획이다.

그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열리는 공연에서도 항상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오후 5시무렵에 시작해 4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공연. 시간이 늦어질수록 밤공기가 차가워졌지만 자리를 뜨는 이는 많지 않았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테마로 밤 늦도록 끊이지 않았던 이들의 외침에 산은 메아리로 화답했다.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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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 2010-10-22 12:16:55
곶자왈을 이루는 수많은 식물군같은..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문화의 밑거름같은 그런 축제인것 같군요..

기쁨이 2010-10-18 14:07:21
약간 쌀쌀한 날씨이기는 했지만,, 정말 즐겁고 유쾌한 자리였습니다.
내년 스테핑스톤 페스티벌도 기대하겠습니다.

역시 2010-10-17 12:48:26
곶자왈과 락의 만남
기획하신분이 자기 호주머니 털어 행사비 마련 했다니 더 감동적인 이다

제주사람 2010-10-17 12:01:52
제주의 허파 곶자왈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한 젊은이가 자비를 털어 마련한 축제에서 곶자왈의 중요성을 알리는 의미있는 축제네요.생생한 취재도 돋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