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거야!"..."생각을 뒤집어!"..."우린 창조의 달인"
지난 14일 가졌던 서귀포시 '액션런닝(Action Learning) 결과 보고회'의 우수작을 가리는 심사결과가 15일 발표됐다.
7급 이하 공무원 30여명이 5개팀으로 나눠 마련한 이번 액션런닝의 결과물 발표는 전문적 컨설팅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수준급 아이디어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제시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과장과 담당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조연'으로만 인식돼 왔던 하위직 공무원들이 현안문제와 관련해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데 액션런닝의 의미는 크게 했다.
고창후 서귀포시장의 제안으로 처음 시작된 액션러닝은 당면 현안문제에 대한 도전과 창의적 문제해결, 실질적 대안도출 방법 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팀별로 정책과제를 설정하고 결과물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액션런닝 프로그램이란 팀별과제를 선정해 과제연구, 가설검증, 현장조사 등의 과정을 거쳐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학습방법으로, 기업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2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준비는 결코 쉽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소속 부서가 다르고, 저마다 맡고 있는 본연의 업무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준비는 '근무 외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5개팀의 결과물이 완성됐다.
고 시장을 비롯한 서귀포시 간부공무원들이 전원 참석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 결과 발표회는 이들의 치밀한 준비정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거다! 이거!> 팀의 '보물찾기 체험관광 프로그램'
이번 발표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이거다! 이거!>팀.
이현주씨(사회복지과)를 팀장으로 해 현형진(표선면), 김신혁(서귀포보건소), 강승미(관광진흥과), 오인순(투자지원과) 등 5명이 참여했다.
이 팀이 보여준 액션런닝 결과물은 지속가능한 관광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시된 '서귀포 보물찾기 프로그램 운영'.
'보물찾기'란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사실 내용은 간단 명확하다. 보물찾기 홈페이지를 구축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해 '보물찾기 체험관광'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관광지를 관람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고 하는 단편적 차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관광 아이템의 하나로 이 안이 제시됐다.
'보물찾기' 체험관광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서귀포시와의 인연의 끈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자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관광객들이 보물찾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난이도별로 3가지 유형의 보물찾기 미션이 주어진다.
가족단위나 고연령층 관광객에게는 난이도가 가장 낮은 '하' 단계의 문제가, 젊은층 관광객 등에게는 난이도 '중' 단계의 미션이, 그리고 관광전문가나 마니아에게는 '상급' 미션이 주어진다.
예를들어 '성산일출봉 정상에 올라 인증사진을 촬영한 후 홈페이지에 올리기' 등이 제시될 수 있다. '설문대 할망이 빨래하면서 앉았던 곳 찾기' 등의 미션이 주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각 미션을 수행하면 난이도에 따라 3점에서 1점이 주어진다. 이렇게 해서 서귀포 관광을 하는동안 합산점수가 10점을 넘으면 그에 따른 소정의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10점 이상을 받은 참가 관광객에게는 최고의 레벨인 '황금 돌하르방을 찾아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숲길 등에 황금돌하르방 표식을 설치해 놓은 후 그것을 찾아내면 상품을 증정하는 프로그램이다.
발표자인 이현주씨는 "한번 보고 지나치는 일회성 관람위주의 관광이 아니라, 여행객의 오감만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한차원 높은 체험관광 상품으로 이 아이템을 구상해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 실행을 위해서는 앞으로 서귀포의 문화, 자연, 지형, 설화 속에 숨겨진 보물을 난이도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누는 DB구축과 함께 '보물찾기 홈페이지'를 만드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 아이템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도 한 차원 높은 관광을 선보일 수 있는 큰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생각 뒤집기>팀의 '작가의 산책길' 조성
문화관광벨트화 완성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작가의 산책길'이란 주제를 발표한 <생각 뒤집기팀>.
이 팀은 우수상을 차지했다.
이 팀은 강현호씨(세무과)를 팀장으로 해 현지원(총무과), 한신애(행정기획과), 신지영(도시건축민원과), 김은숙(남원읍), 김남임씨(안덕면)가 참여했다.
일본에서 만화작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이름을 붙여 만들어진 미즈키시게루거리(요괴거리)가 테마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처럼, 서귀포시에서도 '작가의 산책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중섭미술관을 시작으로 해 소암기념관, 외돌개, 기당미술관 등으로 이어지는 일대 거리를 작가의 산책길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각 거리에 작가의 캐릭터 등을 개발해 설치하고, 주변 문화시설과 연결되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문화관광의 명소다운 컨셉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공간, 상업공간, 휴식공간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하고, 작가의 산책길 블로그 운영, 선불 머니카드, 스토리 맵 제작, 문화벤치 벨트, 움직이는 미술관, 셔틀버스, 아트상품개발 등의 다양한 요소를 제안하고 있다.
발표자로 나섰던 신지영씨는 '디자인'을 전공한 공무원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발표회에서는 프린젠테이션 영상물도 수준급이었다.
그는 "만약 이 '작가의 산책길'이 조성된다면 연간 5만명 이상의 관광객 추가 유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약 45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소요예산.
이는 4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복합문화공간 설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아이디어는 서귀포시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화예술의 공간을 벨트화하면서 전체적인 연결컨셉을 가미하자는데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새연교의 '별헤는 밤'...온라인 육아정보 'i-구덕'...'국제골프학교' 유치
이 외에도 장려상을 수상한 <DOS(Dream or seogwipo)>팀의 '새연교를 활용한 관광상품개발', <스마트 D조>의 '당신의 아이, 서귀포시와 함께 키워요', <창조의 달인> 팀의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골프학교 유치'도 정책적으로 반영할 만한 좋은 내용이란 평가를 받았다.
<DOS> 팀은 양훈철씨(정보화지원과)를 팀장으로 해 송창조(관광진흥과), 김진아(관광진흥과), 이정실(투자지원과), 현순주(송산동) 등 5명이 참여했다.
이 팀이 제시한 액션런닝 결과물은 항만 친수공간으로 새연교 일대에 카페촌 '다(茶)음(飮)누리'를 조성하고, 새연교 진입로 바닥면 등을 활용해 트릭아트(Trick Art) 거리를 만들자는 것이 주내용이다.
인연의 다리인 새연교에 눈이 한쪽으로 몰려있는 광어를 캐릭터 상품화하면서 스토리텔링으로 가져나가고, 새연교 일대에에 바다분수를 조성하고, '별헤는 밤'과 같은 테마 공연을 하는 것도 제안했다.
<스마트 D조>에는 허봉심씨(사회복지과)를 팀장으로 해 김형준(송산동), 현광남(서귀포평생학습센터), 오윤심(대륜동), 강경록(양성평등지원과), 양예란(총무과) 등 6명이 참여했다.
이 팀이 발표한 내용은 아이를 키우는 온라인 보금자리인 'i-구덕'과 아이를 돌보는 일을 전담하는 사람인 'i-업개'를 통해 서귀포시 보육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이다.
즉, 육아정보를 한번에 찾아볼 수 있는 보육사이트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 사이트를 통해 시기별 예방접종, 새로운 보육시책 정보, 연령대별 제공 가능한 서비스 등 영아에서 10세까지의 시기별 보육.양육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창조의 달인> 팀은 막내뻘인 조나미씨(천지동)가 팀장을 맡았다. 조건형(주민생활지원과), 김미자(투자지원과), 김란아(도시건축민원과), 오은정(투자지원과) 등 5명이 참여했다.
이 팀에서 제시한 국제골프학교 유치와 관련해서는 팀원인 김란아씨가 액션런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기고 등을 통해 이미 공론화시킨 사안이다. 이 내용은 최근 우근민 제주지사의 민선 5기 공약에도 반영됐다.
골프학교 유치를 통해 스포츠 메카 도시화를 추구하는 한편, 인구 감소문제를 해결하고, 골프교육과 관광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7급 이하 공무원들의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의 기운
이번 액션런닝은 비록 많은 공무원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그 주도층이 7급 이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팀장인 이현주씨는 "2주에 한번씨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팀원들간 미팅을 통해 이번 액션런닝을 준비했다"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이 갖고 있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아이디어에 많이 놀랐고, 과제를 잘 수행해 내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팀원인 신지영씨는 "하나에서 열가지 모두 순수한 팀원들의 아이디어로 가져나가면서 완성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팀원 모두 각자 맡은 본연의 업무가 있었기 때문에 메신저와 같은 방법으로 소통을 많이 가져나갔고, 프리젠테이션 말미의 만화 영상에서는 팀원이 직접 나래이션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과정을 지켜봐 온 고창후 시장은 "업무시간 외에 짬을 내는 방식으로 해 과제를 설정하고 꼼꼼하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앞으로 행정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잘 보여줬다"고 평했다.
고 시장은 "발표된 내용에 대해서는 각 부서별로 내용을 검토한 후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우수팀에게는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할 수 있는 해외 선진지 시찰기회가 주어진다. 우수상과 장려상 수상팀에게는 상장과 각종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한편 이번 7급 이하 공무원들이 주도한 액션런닝은 앞으로 공직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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