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우리나라의 장사문화는 매장이 대세였다. 1960년대까지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년상을 대부분 치렀다. 그러나 점점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핵가족제도로 바뀌면서 상례문화도 점차 변해가고 있다. 탈상도 3년에서 1년, 100일, 49일 후에 하다가 근래에는 3일 후에 하는 것도 종종 보게 된다.

제사도 밤12시가 되어야 하던 것에서 당일 제사로 바뀌어 저녁 9시정도에 지내는 집안도 많다.

또한 최근 묘지조성이 까다로워지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점점 벌초인력이 줄어듦에 따라 화장률이 10년새 두배로 늘어난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장사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지만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제주도의 화장률은 타시도에 비해서 아직까지는 저조한 편이다. 

지난 9월 KBS 방송문화연구소에서 실시한 장묘문화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가 원하는 본인의 장례방식은 화장이 60% 가까이로 가장 많았고 수목장이 그 뒤를 이었으며 매장은 11%정도였다. 열의 아홉은 묘지를 만들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의 장례방식에 대해서는 화장이 약 50%로 가장 많긴 했지만 매장이 36%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고 한다.

시내를 벗어나 조금만 가다보면 오름 중턱, 밭 한가운데 돌담에 둘러싸인 묘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한 해 여의도 면적의 57%에 해당하는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고, 제주도인 경우 한해 제주종합경기장의 3배에 해당하는 면적이 묘지로 잠식된다고 한다. 국민 1인당 주거공간은 14.19㎡(4.3평)인데 반해 분묘는 1기당 49.5㎡(15평)으로 살아 있는 자보다 망자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을 위하여 장사문화를 화장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하여 도차원에서 양지공원 시설개선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우리동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먼저 지역 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하여 양지공원으로의 견학을 적극 추진중이다. 올해 노인회 및 부녀회원들이 견학을 다녀온 바 있는데 담당공무원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는 '자식들에게 나도 화장을 하게 해달라고 얘기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두 번째, 지역주민이 모이는 각종 회의나 교육시 홍보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화장유언 남기기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민원실에 전담 창구를 마련하여 내방 민원인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고 있고, 거리 캠페인도 실시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이달 23일부터 이틀간 산지천 일원에서 펼쳐질 '산지천축제'에서도 홍보 부스를 마련하여 찾아가는 홍보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좁은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는냐 아니냐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제 자손들에게 화장유언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문명숙 제주시 건입동 주민생활지원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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