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공무원 조직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변화의 주역은 7급 이하 공무원.

서열로 보나 직급으로 보나 '말단' 중의 말단의 위치인 그들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들이 주도적 역할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 첫 사례가 지난 9일 서귀포시 체육의 날 행사.

7급 이하 공무원들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한 고창후 서귀포시장이 7급 이하 공무원들로 하여금 '직원 체육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체육행사 기획을 이들에게 맡겼다.

7급 이하 공무원들간 논의하고 기획하면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결과 이들은 때마침 서귀포보건소에서 주관하는 '시민건강 걷기대회'와 연계해 공무원 체육행사를 갖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별도의 체육행사와 비교해 준비하는데 일손이 덜 가는 '편의'에 초점을 맞춘 점도 없지 않으나, 시민 건강걷기대회에 함께 하며 모처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가 컸다.

실제 공직자 1000여명이 참가한 행사에서는 간부공무원들이 선두그룹에 선 것이 아니라, 고 시장과 하위직 공무원들이 하나의 그룹을 형성해 함께 걸으며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양한식 서귀포시 총무과장은 "이번 체육행사는 간부공무원의 생각이 아니라, 젊은 7급 이하 공무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기획했다는데 그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두번째 사례는 오는 14일 있을 '액션런닝 결과 보고회'.

당면 현안문제에 대한 도전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향상, 실질적인 대안도출 등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운영된 액션런닝 프로그램이 14일 오후 2시 결과 보고회를 갖는다.

7급 이하 공무원 30여명으로 구성된 5개 팀이 준비한 과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생각뒤집기'팀은 문화관광벨트화 완성을 위한 방안모색, 'DOS'(Dream or seogwipo)팀은 새연교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이거다! 이거!' 팀은 지속가능한 관광프로젝트(서귀포시 보물찾기 운영프로그램), 스마트 D조는 온라인을 통한 보육서비스 통합제공방안, '창조의 달인'팀은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골프학교 유치에 대해 각각 발표한다.

발표에 나서는 공무원은 30여명이지만, 행사가 열리는 서귀포시 제1청사 대회의실에는 180여명이 참석한다. 고창후 시장을 비롯해 국장, 실.과장 등 간부공무원들이 전원 참석키로 했기 때문이다.

간부공무원 2명과 외부 전문가 2명이 심사를 맡는다.

그동안 '조연'의 역할을 해왔던 이들이 드디어 서귀포시 현안과제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주연'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고창후 시장은 "젊은 인력들인 7급 이하 공무원들이 행정의 중심에 서야,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창조도시 건설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면서 "이번 액션런닝 결과보고회의 우수팀에 대해서는 시상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의 내용을 전 직원이 공유하고 시정에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7급 이하 공무원들의 '생각 뒤집기'는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윤철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