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4:32 (목)
재래시장에 웬 '나스닥 지수' 모니터?
재래시장에 웬 '나스닥 지수' 모니터?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10.12 08:1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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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제주시 동문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의 '옥의 티'
느닷없는 다우지수 안내...좁은 길 애먹는 '쇼핑카트'

제주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제주동문재래시장.

단계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간판을 일치시키고 보도블록을 새로 깔았다. 천막을 씌우고 LED 가로등도 달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10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BEXCO에서 열린 '2010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 참가해 '우수시장'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꾸준한 투자와 지원으로 연일 선방하고 있는 동문시장이지만 이용 편의에 있어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있다.

가장 도드라진 점 두가지만 짚어보자.

# '다우지수' 모니터 뭐하려고 달아놨나?

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입구 길목과 갈림길 등 요지마다 총 3개의 안내 모니터가 달려있다.

그런데 이중 2개가 먹통이다. 수산물코너 삼거리의 모니터에는 'No Signal' (신호가 잡히지 않음) 문구가 떠 있고, 동문시장의 메인 출입구인 청과물 코너에 달린 모니터는 아예 전원이 꺼져있다.

"언제부터 꺼졌냐고? 한참됐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 인근 상인들의 증언이다.

No Signal 문구가 떠 있는 모니터는 24시간 항상 켜져있어 되레 상인들이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쳐도 모니터로 송출되는 내용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실시간 인터넷 주요 인기 검색어 순위, 좋다. 동문시장에 대한 설명과 인근 시설물에 대한 정보, 그 것도 좋다.

그런데 갑작스레 나오는 환율 정보는 '글쎄' 싶다.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재래시장에서 환율을 체크해 달러로 계산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또 관광을 오면서 환율 정도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것이기에, 굳이 상세한 환율 정보를 시장에서 안내할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물음이 인다.

환율 정보는 그나마 양반이다. 코스닥(KOSDAQ) 지수와 코스피(KOSPI)지수, 다우지수(DJI)와 나스닥(NASDAQ)지수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 개점휴업 쇼핑카트..."어떻게 사용하라고?"

동문재래시장은 지난 2008년 이용객들을 위해 쇼핑카트를 마련했다. 편리한 쇼핑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대형마트에 대한 대항마로 쇼핑카트 '맞불작전'을 선택하게 된 것.

그런데 이 쇼핑카트로 험난한 시장길을 누비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장길이 좁기도 좁은데다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지나가기가 쉽지 않다.

시장길은 사람만 지나다니는 곳이 아니다. 오토바이에서 짐차, 손수레까지 종횡무진 누비는 와중에 덩치도 크고 다루기 힘든 카트가 설 곳은 없어보였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주부다보니 카트를 끌면서 야트막한 언덕길을 올라가는 것도 힘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냥 상하 오르막 경사라면 모를까 오르막길이면서 좌우로 치우친 길은 카트를 한 쪽으로 쏠리게 해 더욱 피곤하다.

그러다보니 쇼핑카트 자체를 찾는 이용하는 이가 드물다.

손자와 함께 시장구경을 나온 듯한 한 할머니는 손자가 카트를 가리키며 끌고가자고 졸라도 "가져가봤자 고생"이라며 단박에 제지했다.

몇 명이나 쇼핑카트를 이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날 오후 2시경부터 카트 보관함 앞에서 이용객을 기다렸다. 그 결과,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단 한 명의 이용객을 만날 수 있었다.

# '카트 체험기' 10분만에 완결

인천에서 관광차 제주를 찾은 강모(32)씨. 아들, 친구 내외와 함께 동문시장을 찾았다.

시장에 들어선 강씨는 카트 보관함을 보고 반색하더니 이내 동전을 넣고 카트를 뽑는다. 시장에서 편하게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을까 미리 양해를 구하고 강씨를 쫓았다.

약간의 오르막 경사가 있는 시장의 입구부터 쉽지 않은 여정이다. 특히 아들을 카트 위에 태워놓은 통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우 오르막 경사를 올라가자 나름 평탄한 길이 나온다. 그런데 이 길 위를 걷는 것도 골치다. 보도에 깔린게 블록이다보니 홈이 파여있어 카트가 연신 흔들거린 것.

강씨는 "카트의 진동 때문에 손이 너무 저리네요."라면서 한 손씩 번갈아가며 카트 손잡이를 잡는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강씨는 카트를 반납하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돌아가는 길, 하수구에 바퀴가 빠지면서 또 한번 홍역을 치른다.

카트를 반납한 강씨는 고개를 저으며 "그냥 무거워도 손으로 들고 다니는게 나을것 같아요. 짐이 무거워봤자 카트보다는 안 무거울테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쇼핑카트가 있으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굳이 없어도 될 듯한데 괜히 만들어 놓은 것 같네요"라고 덧붙였다.

일부 시장상인들도 "막상 카트를 갖다놔봤자 이용하는 사람들이 몇 되지 않는다"며 "사용해봤자 피차 불편할 뿐"이라고 거들었다.

카트 이용의 경우 현재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보도를 새로 깔수도 없는 노릇이라 운영에 있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여지를 남긴다.

모니터도, 쇼핑카트도 다소 어울리지 않은 듯한 옷을 입은 동문시장.

현장에서 만난 한 어물전 상인의 "시장은 사람 사는 냄새만 나면 된다"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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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2010-10-13 14:57:30
카트는 재래시장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거구
모니터는 어서 오세요. 수산시장은 어디메쯤 이씁니다라는 정보제공으로 했다라면

거참 2010-10-13 10:31:16
생선시장 위치,떡복이집 위치 등등

관리자 2010-10-13 04:33:38
닉네임 'ㅇㄴㄹㄴㅇㄹㄴㅇ'님의 글은 광고성 글로 판단됨에 따라 직권삭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