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뛰어난 통기성과 정화 능력을 보여주는 옹기는 옛 선인들의 뛰어난 전통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으로서 우리 제주에서도 예부터 많이 애용되어 왔다.

특히 육지부와 달리 화산회토(火山灰土)로 찰기가 없고 푸석 지며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옹기제작에 필요한 물과 점력(粘力)이 부족한 우리지방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하여 옹기의 제작 시 흙을 이기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우리네 조상들이 힘든 작업에는 항상 노동요와 함께 했듯이 대정읍 지역에도 옹기제작할 때 들어가는 흙을 이기는 작업을 하면서 부르는 ‘질림소리’ 소리가 전해오고 있다. 이는 도내에서 유일하게 서귀포시 대정지역에서만 전승되는 소중한 향토문화적 자산으로서 탐라문화의 뿌리 깊은 역사를 이어가려는 우리 지역주민들의 하나된 염원으로 재현되어 오늘날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옹기를 제작하였지만 유독 대정지역에서만 흙 이기는 소리가 전승된 연유는 흙 이기는 작업을 마을 사람들이 집단공동의 협업으로 했다는 데 있다.

다른 지역의 흙 보다 찰지고 고와서 대정지역에서 만들어진 옹기들은 제주도 전역에 팔려나갔는데 그를 위해 옹기제작을 위한 작업량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공동작업으로 황토 찰흙을 한데 모아 곰방매(곰배)로 두드리고 이기는 작업을 수없이 해야 해고, 이 과정에 노래를 불러 괴로움과 지루함을 달랬던 것이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의 생활모습과 협동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질림 소리”를 전국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10월 10일부터 11일까지 충청남도 공주에서 개최되는 제51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제주를 대표하여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개최되는 제51회 한국민속예술축제는 “두둥! 우리소리. 얼씨구! 우리춤”이란 주제로 제주를 비롯한 전국 16개 광역시․도와 이북5도를 대표하는 총 21개 팀이 참가하여 경연을 실시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상호 공유하게 된다.

대정읍 출품작인 “질림 소리” 이미 지난해 개최되었던 제48회 탐라문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함으로써 지역문화의 우수성을 입증한 바 있는 작품으로서 이번 전국 경연을 위해 지난 1년 여간 지속적으로 내용을 보완하는 등 준비에 철저를 기해왔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과 지역특산물인 마늘 수확에 따른 바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서 연습하는 80여명의 민속보존회원들의 모습을 보며, 지역의 행정을 책임지는 읍장으로서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하나에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를 드리게 되며, 곳곳에 가득한 전통문화 유적에 탐라문화의 뿌리 깊은 역사를 이어가기 위한 많은 주민들의 이런 마음이 더해져 대정 지역이 일찍부터 충효의 고장이라 불리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우리 대정읍은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천혜의 자연환경과 마늘, 방어 등 다양한 지역특산품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영어교육도시 등 대규모 투자사업이 활발히 추진 중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다.

이번 경연을 준비하며 보여준 지역주민들의 단결된 힘이야 말로 이러한 지역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슬기롭게 대비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강충희 서귀포시 대정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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