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 제주도내 모 대학에서 축제가 열렸다. 많은 학생들이 힘든 학업에 찌들었던 일상에서 벗어나 축제를 즐겼다.

그런데 축제에 심취한 학생들은 마음껏 즐겼을지 모르겠으나, 이 축제를 지켜보는 이들의 눈은 결코 즐겁지 못한 듯 하다.

일전에 열린 여느 대학축제들과 마찬가지로 거나하게 취한 학생들이 교내를 점령하면서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속속 연출된 것.

학문과 진리를 탐구해야 할 '상아탑'의 축제는 온통 '음주가무'로 얼룩져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비뚤어진 대학축제 음주문화는 해를 거듭하며 점점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 "대학 축제는 술이 있어야지!"

대학교 축제에 대한 화제거리가 오르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학사거리에 즐비한 주점을 떠올린다.

축제를 준비하는 기간이 되면 학과와 동아리를 막론하고 앞 다퉈 목 좋은자리에 주점을 마련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건네들은 이야기로는 주점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꽤나 쏠쏠하다 하니 이같은 모습이 어느정도 수긍은 간다.

그러나 너도나도 뛰어드는 무분별한 술 장사에 축제의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

파전 장사를 해도, 고기 장사를 해도, 빵 장사를 해도 모두 술이 곁들여진다. 그래야 축제란다.

대낮부터 비틀거리는 학사의 모습은 가관이다. 만취한 상태로 걷다가 부딪힌 행인은 모두가 적. 축제기간 만큼은 체면이고 뭐고 벗어던지는 모양이다.

큰 사고는 없었다지만 해당 대학의 학생들에 의하면 이번에 열렸던 축제에서도 수 차례의 주먹다툼이 일어났다고 한다.

# 축제의 성패는 유명가수...'수천만원 한 순간'

대학축제가 거론됐을시 첫 손에 '술'을 꼽지 않는 나머지 사람들은 유명가수의 무대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 무대도 썩 마뜩치는 않다.

축제를 총괄적으로 준비하는 학생회의 관계자는 축제의 성패가 어떤 가수를 데리고 왔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기를 'A급.B급' 등으로 나뉘는 유명가수들을 적절한 가격에 엄선해서 불러와야 하는 것.

하지만 이 초청비가 만만치 않다. 수백만원은 기본이고 유명 가수의 경우 천만원 안팎을 넘나든다.

특히 대학축제 등에 전문적으로 나서 소위 '놀 줄 아는' 축제전문 가수들은 수천만원을 제시해야 '모셔올 수' 있다.

기성회비의 대부분이 축제비용으로 소요되고, 이 축제비용 중 대부분이 유명가수 초청비로 쓰인다. 학교에 따라서 축제운영 예산의 50~80%가 가수 초청비로 사용된다.

학생들의 기성회비 수천만원이 하룻밤의 환호속에 날아간다.

# 축제 문제는 "급 낮은 가수?"...해결의식 결여

축제를 치른 학생 서너명에게 이번 축제가 만족스러웠냐고 묻자 모두가 그렇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범상치 않다.

그들이 축제에 만족하지 못한 이유는 주점에서 판매한 음식이 비싸다는 것, 또 축제기간 초청한 가수의 급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데서 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선의 여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축제 대상자인 학생들이 재미있게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명백한 잘못이 보인다면 누군가가 잘못을 바로잡아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축제에서 잘못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한번만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축제의 모습을 관찰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미 육지부에서는 몇몇 대학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으면서 서서히 변화를 꾀하고 있는 추세다.

축제기간 중 연극을 활성화하기도 하고 축전을 벌이기도 한다. 주점 부스에서 팔 수 있는 술의 양을 제한시키기도 하며 아예 주점운영 자체를 금지하는 대학도 있다.

축제가 열리는 곳이 대학(大學)이기에, 이 사회를 이끌어갈 핵심적인 인물들을 양성해야 하는 곳이기에 제주사회 대학의 축제문화는 더욱 개선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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