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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용역보고서', 왜 '수모'를 당했을까?
'1억짜리 용역보고서', 왜 '수모'를 당했을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9.29 14: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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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도정 조직개편 용역보고서의 '설득력 한계'
'차별성'이 사라진 '특별자치도형 조직'...4.3사업소도 '희생양'?

민선 5기 제주도정의 효율적 업무추진을 목표로 한 조직개편연구 용역.

이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9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에 용역 중간결과를 보고했다. 그러나 중간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언론브리핑 자리에서는 호된 곤욕을 치렀다.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핀잔에서부터 "이게 1억700만원짜리 용역이 맞느냐?"는 질책성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마디로 '부실 용역'으로 치부됐다.

용역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수모를 톡톡히 당한 셈이다.

중간결과로 제시된 조직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경제통상협력실을 신설하고, 대신 현 실.국 중 3급(부이사관) 국장자리인 6개 부서의 통폐합을 모토로 하고 있다.

육안으로 얼핏 보기에도 '헤쳐 모여'식 대대적인 직제 재편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통상협력실의 신설을 위해 특별자치도추진단, 국제자유도시본부, 해양수산국, 세계자연유산본부, 환경자원연구원, 문화진흥본부는 그 이름이 사라지게 됐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이같은 조직개편안을 제시하게 된 궁극적 이유를 '제주특별자치도형 조직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민선 5기 역점시책에 대한 대응시스템을 설계하고, 장기적으로는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효과적 달성을 위한 조직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현행 조직시스템에 대한 평가에서는 산업구조에서 2차산업이 취약해, 2차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분히 '경제통상협력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논리의 허점, 무엇이 '특별자치도형 조직'일까?

그러나 용역사의 논리는 설득력에 한계를 보였다.

브리핑이 끝난 후 30분 넘게 계속된 취재진들과의 질의응답이, 마치 용역사와 취재진이 신랄한 논란을 벌이듯 이뤄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먼저, '제주특별자치도형'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실제 누가 보더라도 제주만의 특별한 조직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오히려 특별함이 퇴보된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편안으로 제시된 부서들이 다른 시.도에서도 공통적으로 설치된 부서일 뿐, 제주의 특색을 담은 부서는 단 1개도 없다는 점에서 기인됐다.

도민 모두가 행복해하는 국제자유도시를 목표점으로 제시한 민선 5기 도정이, '국제자유도시추진본부'와 '특별자치도추진단' 부서를 폐지하는 것은 '차별성'을 스스로 없애려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제자유도시추진본부와 특별자치도추진단이 사라지고 나면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더라도 '제주형'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차별성 있는 조직은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물론 서기관급 부서에서는 일부 특색있는 조직이 신설됐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취임 후, "제주에서 '감귤연구소'와 '한라산연구소'와 같은 조직이 없어서 되겠느냐"고 말한 적 있었는데, 이번 조직개편안에서는 이 두 조직의 신설이 포함됐다.

# 경제통상국에 희생당한 '1차산업'...농축산국 혼자서 다해라?

두번째, 2차산업 기능 강화를 강조하면서 1차산업 부서를 축소시키는 것 또한 '일관성 없는 잣대' 적용이라는 점도 강하게 지적됐다.

해양수산국의 각 부서를 다른 부서로 이관시키는 방법으로 폐지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또 농수축산국의 경우 종전 업무에 해양수산과와 2차산업 업무인 식품산업유통과 업무까지도 담당하도록 하면서 '농수축식품국'이라는 광대한 조직으로 재편성됐다.

1차산업과 2차산업의 업무를 병합시킨 것은 업무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농수축산국이 감귤과 밭작물, 친환경업무를 수행하기에도 허덕거리는 상황에서 식품산업유통 업무와 해양수산 업무까지도 총괄하게 하는 것은 다분히 '짜깁기'의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결국 1차산업 부서의 경우 종전 친환경농축산국과 해양수산국 2개 부서에서 전담해 왔는데, 앞으로는 1개 부서에서 과다한 업무를 맡아야 하게 됐다. 이는 경제통상국 신설을 위해 1차산업 부서가 희생양이 됐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 4.3사업소 폐지하면서, 정부에는 어떤 논리 펼까?

세번째, 2개 주요 환경업무 직속기관과 사업소를 폐지하도록 하는 것도 제주의 차별성을 약화시키는 개편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자연유산본부와 같은 직제는 제주에만 존재하는 기구이나, 이번에 헤쳐 모여식으로 공중 분해됐다. 직속기관인 환경자원연구원도 폐지됐다.

물론 청정환경국과 문화관광국 등으로 이들 업무를 이관시킨다고는 하지만, 2개 환경부서를 동시에 정리하는 것은 거시적 환경정책 측면을 외면한 채 '기능적 업무' 측면만을 고려한 발상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네번째, 4.3사업소의 폐지와 관련해서도 논란의 소지를 만들고 있다.

물론 평화사업과와 4.3사업소의 업무상 공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4.3업무에 있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둘러 4.3사업소를 폐지하는 것은 도민 정서에 반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4.3위원회 등을 과거사 위원회로 통합한다고 했을 때 도민사회가 크게 반발했었는데, 제주특별자치도 스스로 4.3위원회 기구를 폐지시키는 것은 앞으로 4.3문제와 관련한 대중앙 논리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조직개편안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오해를 낳고, 또 논란을 부르고 있다. 1억700만원이라는 막대한 용역비가 투입돼 조직개편작업이 시행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설득적 논리는 매우 빈약해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 지적이다.

무엇보다 '특별자치도'만의 차별성있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이 조직개편용역은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다음달 최종 완료돼 제주도에 납품되면, 제주도는 행정조직개편 조례 개정에 들어가 11월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언론으로부터 호댄 질책은 받은 용역사가 도출된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보완해 제시할지, 도민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미디어제주>

[전문보기] 제주도정 조직개편 연구 용역 중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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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tjdans 2010-09-29 19:50:18
돈이 남아서 쓰고시픈데 쓸데가 업서
누구는 가아앙 강아앙 4대강 우는데

2010-09-29 16:19:29
용역비가 많지 않았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