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도시 소비자들로부터는 선호도가 높으나 감귤의 적정한 수급조절을 위해 비상품으로 묶었던 선과망 번호 '1번과'가 빠르면 올해 노지감귤 출하 때부터는 상품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출하연합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감귤출하 규정과 관련해 1번과를 상품용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채택하고, 이를 제주도당국에 건의키로 했다.

이 의견서는 제주도당국의 자체 검토와 농가의 의견수렴, 그리고 도의회 협의 등을 거쳐 반영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최종적으로 1번과를 상품으로 출하하도록 하려면 현행 '감귤생산 및 유통예 관한 조례'의 규칙을 개정해 공표해야 한다.

1번과의 상품수용이 결정되면 앞으로 감귤 출하에 있어 상품과(果)의 비율은 넓어지게 됐다.

현행 조례에서는 작은 크기의 1번과, 큰 크기의 9번과, 그리고 결점과(果)가 '비상품'으로 규정돼, 이 비상품 감귤을 유통하다 적발되면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민주당 현우범 의원은 이같은 맥락의 주장을 하며 1번과의 상품감귤 전환을 촉구했는데, 그 역시 '소비자 선호도'를 근거로 삼았다.

현 의원이 제시한 노지감귤 크기별 가격현황 및 품질기준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kg당 평균 경락가격은 4번과가 1060원, 5번과가 1030원, 그리고 그 다음으로 높은 것이 3번과로 1000원에 경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행정당국은 2번과에서 8번과까지를 상품감귤로 규정하면서 '4번, 5번, 6번'을 중심으로 해 상품생산량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실제 조사결과에서는 '3번, 4번, 5번'이 주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 의원은 "물론 7년 전인 2003년에는 4번, 5번, 6번과가 주축을 이뤄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고, 국내 소비자들은 6번과 보다는 크기가 작은 감귤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1번과를 상품감귤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번과의 상품감귤 전환은 앞으로 해거리 현상에 따른 과잉생산이 되는 시기에는 골칫거리로 작용할 소지가 큰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와 같이 생산량이 적정생산량(약 67만톤 내외) 이하로 밑돌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70만톤 이상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있어서는 1번과의 추가적인 상품감귤 편입이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번과의 상품감귤 전환과 함께 대과인 8번과와 9번과의 수출용 전환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격년단위로 물량수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1번과'의 상품감귤의 전환카드는 농가들로부터는 큰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 전체적인 생산량 조절에 대한 대안 없이 '포퓰리즘'과 같은 즉흥적 결정이 내려진다면 정책혼란으로 이어질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1번과의 감귤상품 전환 의견을 제시받은 제주도당국은 노지감귤 출하를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까?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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