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값이며 과일 값이며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시장에 나와서야 실감이 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몇백원 단위로 팔던 무나 감자가 올해는 몇천원 단위로 계산이 된다.
여러가지 필요한 물품들을 꼼꼼히 사가면 6~7만원선에서 해결되던 것이 올해는 아끼고 아껴써도 10만원을 훌쩍 넘긴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야' 할 추석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손길이 썩 개운치는 않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동문재래시장을 찾아왔던 주부들의 모습. 물가가 올라도 너무 치솟았다며 저마다의 사정을 하소연했다.
그러나 어머니이자 아내, 딸이자 며느리인 주부들은 경제한파 따위가 무색케 종횡무진했다.
추석상 차리기가 어디 한 두해랴. 저마다의 노하우로 높은 물가와의 승부를 벌였다.
재래시장을 선택한 것 부터가 이같은 이유다.
물품들을 일괄적으로 진열한 대형마트가 편하기는 편하다. 하지만 직접 발품을 팔아 싼 곳을 찾아내거나 흥정을 위해 너스레를 놓기도 하는 재래시장이 이들의 수완을 발휘할 수 있는 진짜 무대다.
청과물상에서 만난 한 주부는 시장 입구에서 개당 1300원에 팔던 사과가 크기나 맛도 비슷한데 여기서는 800원에 샀다며 자랑했다.
그는 "모르는 사람들이나 마트가 더 싸다고 하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시장을 찾아온다"며 한 수 톡톡히 가르쳐줬다.
추석 차례상에는 결코 빠질 수 없는 과일. 올해는 짖궂은 날씨 탓에 물량도 적고,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그러다보니 값 비싼 햇과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구매 물량을 조절하면 그만이다. 한 주부는 배를 3개만 집어들며 "(돌아가신)우리 아버님 드릴 것만 딱 샀어요."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 위한 대체 디저트로는 '밤'이 선택됐다. 봉투에 가득 담긴 '밤' 또한 명절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주 메뉴를 값 비싼 고기 대신 '수산물'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도드라지게 가격이 뛴 야채나 고기값에 비해 수산물의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많은 주부들이 어물전으로 몰려왔다.
고깃국이야 따로 올라간다해도 메인메뉴로 선택되는 싱싱한 오징어나 생선 또한 풍요로운 명절상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유난히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올 추석 '명절나기'. '울상'을 짓는 주부들의 모습을 담아볼까 했지만 헛수고였다. 대신 연륜속에서 묻어나는 여유로움이 물씬 풍기는 시장풍경이었다.
또 우리네 어머니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헌신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올해도 풍성한 추석을 지냈다면? 이들에 의한 것이었을테다.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