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나들이, "소중한 추억 새겼어요"
모처럼의 나들이, "소중한 추억 새겼어요"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9.18 18:42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체험] 미디어제주-지체장애인협회, 장애인차별금지법 2년 '아름다운 동행'
장애인-비장애인의 '소통',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없어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관광지를 탐방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아울러 장애인이 행복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 제약 요소를 찾아 함께 개선점을 공유하는데 이번 행사의 의미가 있었다.

출발에 앞서 부형종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은 "일시적인 장애인 나들이 행사가 아닌, 진정 우리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그 마음이 매우 뜻깊다"며 "이 아름다운 동행행사를 통해 장애인 불편요소가 하나씩 사라지고, 장애인들이 행복해 하는 사회가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윤철수 대표이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2년을 맞아 함께 동행하며 소통을 하고, 우리가 느꼈던 장애인 불편요소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곳은 제주4.3평화공원, 그리고 동부지역 사설관광지 중 '삼국지랜드'와 '휴애리자연생활공원'.

출발에 앞서 간단한 행사 의미를 공유하고, 소통의 시간을 가진 후 2대의 버스에 탑승한 참가자들은 4.3평화공원으로 향했다.

# 4.3평화공원 "4.3의 의미 새롭네요"

제주4.3 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제주시 봉개동에 조성된 4.3평화공원은 40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 전시실 관람을 통하여 제주의 아픈 역사를 함께 공유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미처 휠체어를 준비하지 못한 1급 지체장애인들에게는 이곳에 비치된 휠체어를 대여받을 수 있었다.

지체장애 1급 성정자(47)씨는 다음 일정에 맞추기 위해 여유있게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4.3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변검' 비밀 파헤쳐 볼까?"

관람하기 좋은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찾은 '삼국지랜드'.

경극과 소림무술, 변검 등이 마련된 공연은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격렬한 무술과 신기하기만 한 변검 공연에 관람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통 중국무술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공연이었다.

특히 찰나에 얼굴이 변하는 '변검'의 비밀을 파헤치려 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올해 동행에 처음 참가한 지체장애 2급 오복수(69)씨는 "얼굴에 겹겹이 씌운 것이겠지."라고 말하면서 "TV에서나 보던 것을 언제 한번 볼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기회가 와서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또한 건물 내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남, 여 장애인화장실을 따로 마련했고, 매표소부터 관람장까지 넉넉한 공간이 확보돼 휠체어를 이동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공연을 보고 마치고 나오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비장애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찾아서 볼 수 있는 공연이지만, 개별적 혹은 가족단위로 이동하기에도 힘에 부쳐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공연관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연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 소통의 시간, "잊지 못할 추억 될 것 같아요"

다음 일정을 진행하기에 앞서, 서귀포시 남원읍 인근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 함께 '소통의 시간'이 마련됐다.

남자같은 이름이 불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대진(46, 여)씨는 "중증 장애인으로 이런 행사를 참가하는데 두려움이 있었는데, 막상 와서 도움을 받게 되고, 평소에 못가볼 곳들을 방문하게 돼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 행사에 참가했는데, 너무 좋고, 정말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8차례 이뤄진 이 아름다운 동행 행사에 5번가량 참가한 장애인들도 있었고, 처음 참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혼자서는 이동이 어려워, 이날 관광지 탐방이 몇년만에 해보는 것이라고 토로하는 장애인 가족도 있었다.

"너무 좋다", "감사하다", "다음에 또 오겠다" 등의 훈훈한 멘트가 오가는 가운데, 간간히 터져 나온 어린이들의 장기자랑은 달콤한 디저트였다.

#더운 날씨만큼...휴애리 나무 그늘도 '꿀맛'

마지막 행선지인 휴애리는 토끼, 흑돼지, 다람쥐, 염소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자연 체험장이었다. 줄줄이 늘어선 흑돼지가 미끄럼틀을 타는 '흑돼지 쇼'는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따로 휠체어 관람로를 마련해 놓은 것도 일행의 호감을 샀다.

한창 해가 내리쬐는 시간대의 관람이라 무더운 날씨가 괴롭혔지만,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또한 꿀맛이었다.

휴애리의 양지선 대표이사가 직접 시원한 매실차를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걸으면서 산림욕을 겸할 수 있도록 노면은 포장되지 않은 '자연 길' 그대로였으나, 곳곳에서 세심한 배려가 묻어났다.

탐방로 입구에 위치한 화장실은 시설된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나, 장애인 화장실이 남자용과 여자용이 별도로 시설돼 있었다. 관리도 매우 깔끔하게 이뤄지는 듯 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도 안내소에 잘 구비돼 있는 첫 인상이 반갑게 다가왔다.

탐방로를 걷다보면 노면이 울퉁불퉁한 보행로와 비교적 노면정리가 잘된 코스 두갈래로 나뉜다. 울퉁불퉁한 보행로는 동선을 짧게 만든 비장애인용. 되도록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함인 듯 했다.

그리고 동선은 다소 길어지지만 노면이 잘 정리된 코스는 장애인용이다.

이 갈림길에는 '휠체어/유모차'라는 팻말이 부착돼 있었다.

휴애리 전체적인 동선을 구상하면서, 휠체어 장애인의 불편을 사전에 고려해 코스를 이원화시킨 것이다.

1시간 가량의 탐방이 끝난 후, 양지선 대표이사는 참가한 장애인들에게 시원한 매실차를 제공하며 장애인 보행권을 고려한 동선을 설계했음을 설명했다.

획기적인 개선이라 할 수는 없지만 작은 배려의 그 마음이 매우 따뜻하게 다가왔다.

# 동행의 즐거움..."내년에도 함께해요"

이날 행사에 아들, 부인과 함께 참가한 지체장애 2급 고영진 씨는 "직업이 트랙터를 운전하는 일이라 밖으로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지만 안사람도 장애가 있다보니 가족과 함께 어디로 나가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평소 가보지 못했던 관광지를 돌아다니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했다.

올해 상반기에 가졌던 제7회 동행에 이어 제8회 동행까지 연이어 참가한 고씨는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계속 '아름다운동행' 행사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했다.

40년간 꾸준히 수선일을 하며 봉사를 실천해온 지체장애 1급 양영순(55)씨. '2009년 올해의 장애인상'과 더불어 수많은 표창패와 상장을 수상해 이미 '유명인사' 반열에 들어선 그녀도 이날 함께 동행했다.

그는 "전부터 '아름다운동행'행사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기회가 되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었다"며 "직접 참가해보니 정말 뜻 깊고 의미있는 행사"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근호 제주특별자치도 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은 "오늘 아름다운 동행 행사는 정말 소중하고 의미있는 행사였다"며 "사설관광지에서 보여준 작은 배려가 앞으로 하나둘씩 많아지면서 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2주년을 맞아 이뤄진 8번째 아름다운 동행 행사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리며 "내년에 다시 보자"는 헤어짐의 인사에서, 이미 마음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차이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아름다운 동행 행사는 함께 걸으며 함께 고민함 속에서 그 의미를 깊게 했다. <미디어제주>

관련기사 - [현장점검] '삼국지랜드'-'휴애리' 두 곳의 장애인 배려정도는?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은주 2010-09-27 20:15:58
아빠하고 동생그리고 여러삼촌 이모들과 맛있는 밥도먹고 가면쑈 무술과 마술 그리고 돼지가 공연하는 것도 보니까 즐거워고 재미있어서요 다음에도 가고 싶어요 .

지나가는사람 2010-09-25 22:41:31
한사람이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이 한걸음을 걷는 마음.......

김양희 2010-09-20 16:03:05
아름다운동행 미디어제주 관계자님들께 깊은감사드림니다.
8번째동행을 참가하면서 하면 할수록 추억이 깊어가네요.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에마음속에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심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wkdnsdud 2010-09-20 10:38:47
제목처럼 아름다운동행이였을것같다함께동행한봉사자들의예쁜마음이느껴진다험한세상이라지만역시이세상은아직살만한세상이다

이미정 2010-09-20 09:57:27
아름다운 동행이 벌써 8회가 되었네요...장애인과 늘 함께 하는 미디어 제주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