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6:05 (화)
길목의 억새, 능선의 야생화...가을 향기 ‘물씬’
길목의 억새, 능선의 야생화...가을 향기 ‘물씬’
  • 한방울 시민/객원기자
  • 승인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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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기행 - 따라비오름]큰 분화구 내에 세 개의 작은 분화구 인상적

능선의 꽃향유.층층잔대.괭이밥 등 ‘눈길’

오름의 정상에서 분화구를 보니 마치 어머니의 품안에 세 자식이 안겨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쓸쓸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라 그런지 그 느낌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동부산업도로를 따라 가다 표선면 성읍리 사거리에서 16번도로로 빠져 2km를 가면 오른쪽으로 농업용수장으로 가는 시멘트포장도로가 있고 여기서 1.5km를 더 가면 억새가 가득한 임야가 나온다. 그 뒤로 보이는 것이 어머니의 품을 닮은 따라비오름이다.

이름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오름 동쪽으로 보이는 모지오름과 이웃한 모양이 지아비, 지어미가 따르는 형태라 하여 따라비라는 설이 있고, 고구려에 어원을 둔 ‘높은산’이라는 의미의 다라비가 경음화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따라비오름은 가을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오름을 둘러싸고 흐드러지게 핀 억새가 산들바람과 더불어 제주의 가을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 듯 풀밭으로 가득한 오름에 자연스레 길이 나있다.

해발 342m, 높이 107m로 높은 오름은 아니지만 넓고 큰 분화구내에 작은 분화구 세 개가 엇갈려 있는데다 북쪽 사면이 말굽형으로 침식되어 용암암설류의 작은 언덕들이 많아 미로를 걸어가는 것처럼 흥미롭다. 첫 분화구 안에는 하얀 꽃을 흩뿌려놓은 듯한 그림이 보인다.

시원한 산들바람 맞으며 능선을 따라 오름을 오른다. 야생화가 유난히 많다. 9~10월에 유난히 붉은 빛이 강한 보랏빛의 색채를 띠는 꽃향유를 비롯해 5개의 꽃받침조각과 꽃잎에 5개의 짙은 자주색줄이 인상적인 자주쓴풀, 연보랏빛의 층층잔대, 노란 빛깔이 따뜻한 봄같은 느낌을 주는 괭이밥 등이 눈에 띤다.

첫 번째 능선을 오르니 멀리 높은 오름, 동거믄이 오름, 백약이 오름, 좌보미오름이 보인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이 가득한 풀밭을 넘어서 모지오름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능선을 하나 넘어서면 오름을 오던 길에 보였던 정석항공관과 길게 뻗은 길이 쭉 펼쳐져 있다. 능선을 한바퀴 돌고 중간에 있는 길을 따라 다시 능선을 내려온다.

오름의 입구에서 분화구 안에 보였던 하얀 꽃은 다름 아닌 억새다. 듬성듬성 피어있어 그렇게 보였나보다. 지금이 가을임을 잊지 말라는 듯 오름의 안과 밖에서 피어난 억새가 보는 것만으로도 향기롭다.

능선을 다 돌아보는 데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 야생화, 듬성듬성 핀 하얀 억새, 그리고 미로처럼 엮인 능선의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제공=제주관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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